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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Mar 15. 2023

과(過)하면 벌어지는 일

역사 이야기

전국시대 초기 중산국의 군주가 무도해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자 위문후는 악양을 발탁해 중산국을 병합하려 합니다. 신하들은 악양의 아들 악서가 중산국에서 벼슬 살고 있다는 이유로 악양의 등용을 반대하지만, 위문후가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첫 싸움에서 패하고 도성이 포위당하자 중산국 군주는 악서를 시켜 위기를 모면하려 합니다. 악서가 말합니다. “신과 신의 아비는 각자의 군주를 섬기고 있습니다. 제가 물러나라 한들 물러날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군주의 강요로 악서가 누대에 올라 아비를 찾습니다. 악양이 말합니다. “군자는 위태로운 나라에 머물지 않고, 혼탁한 조정에서 벼슬 살지 않는다고 했다. 너는 이를 어겼다. 나는 군주의 명을 받아 어지러운 중산국을 치려 하니 아비 대할 생각 마라.” 악서가 임금을 설득하겠다며 한 달의 말미를 요구하고, 악양이 이를 수락합니다. 같은 상황이 세 차례 반복돼 석 달을 싸움 없이 보냅니다. 싸움이 지연되자 위문후에게 악양에 대한 모함이 끊이지 않습니다.


석 달이 지나 위군이 도성을 공격합니다. 버티던 중산국이 한계에 이릅니다. 중산국은 악양의 의지를 꺾기 위해 악서를 죽여 인육으로 만든 고깃국을 보내며 물러나지 않으면 악서의 처자까지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악양이 아들의 고깃국을 먹습니다. 기원전 408년, 악양이 중산국을 병합하고 귀국합니다. 위문후는 악양에게 많은 상을 내리지만, 병권은 회수합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자, 남에게는 무슨 짓인들 못 할까?”     


기원전 374년, 조(趙)나라 군위에 오른 조성후는 양거라는 자를 업현의 현령으로 임명합니다. 양거의 누이가 양거를 만나기 위해 업현을 찾았으나 날이 저물어 성문이 닫힌 뒤입니다. 양거의 누이가 성벽을 넘어 양거를 만납니다. 누이가 성벽 넘은 것을 알게 된 양거는 법에 따라 누이의 발을 자르는 월형을 집행합니다. 소식을 들은 조성후가 양거의 관인을 회수합니다.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자, 누구를 사랑하겠는가?”     


어렸을 때 제가 살던 동네에 한 경찰이 있었습니다. 경찰의 형은 택시기사였습니다. 검문 중이던 경찰이 형의 택시를 잡습니다. 형은 뒷자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보기 싫어 룸미러를 떼어 놓고 다녔습니다. 경찰은 룸미러가 없다며 형에게 벌금을 부과합니다. 어린 나이에도 혼란스러웠습니다. 경찰의 공정성을 칭송해야 할지, 과하다 비난해야 할지. 그때 깨달았습니다. 대쪽 같이 살아가려면 그만큼의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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