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 한 잔이 대화의 온도와 속도를 조율한다
주전자가 조용히 숨을 고른다.
컵을 먼저 데우고 잎을 넣는다.
3분 타이머를 눌러 놓고, 물소리를 한 번 더 듣는다.
한 잔은 ‘사이’를 만든다.
일과 일 사이, 말과 말 사이, 나와 당신 사이.
급했던 호흡이 내려앉고 마음의 각도가 조금 둥글어진다.
회사 친구에게 먼저 잔을 내어 준다.
오늘 일정 중 가장 까다로운 한 가지를 묻고
내 이야기보다 상대의 온도를 먼저 본다.
정확함 뒤에 온기를 더하자.
회사에는 새벽 5시에 출근하는 동료가 있다.
우리가 오기 전에 분쇄도, 물 온도, 드립 속도를 점검하고
첫 물줄기를 천천히 떨어뜨린다.
복사기보다 먼저 깨어나는 향이 사무실을 따뜻하게 연다.
그는 머그를 골고루 데워 두고
첫 잔을 가장 바쁜 사람의 책상에 조용히 놓고 간다.
말 한마디보다 먼저 도착하는 건 온도다.
따뜻함은 설명보다 빠르다.
차가 혀끝, 볼, 목을 지나가는 동안
생각의 모서리가 조금 풀린다.
잔 바닥이 드러나면 급히 채우지 않는다.
여백을 잠깐 둔다.
여백이 있을 때 의미가 선명해진다.
그 사이에 오늘의 우선순위가 조용히 정리된다.
퇴근 무렵이면 그의 커피는 거의 비어 간다.
그는 내림잔을 깨끗이 씻어 천천히 말린다.
내일의 나눔을 위해 오늘의 도구를 미리 쉬게 한다.
우리는 그 조용한 마무리에서 팀의 리듬을 배운다.
새벽의 커피를 준비해 주는 동료에게, 고맙습니다.
당신의 5시는 우리 모두의 첫 잔이 됩니다.
분주한 하루에 틈을 만들고, 말의 속도를 낮춰 주어 감사합니다.
차는 맛이 아니라 태도다.
내려놓고, 우려내고, 건네기—
이 세 동작이 오늘의 마음을 다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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