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은 크고 넓은 집이 아니라, 사랑과 온기가 있는 집이다.

by 오석표

우리는 하루를 끝내고
늘 제자리처럼 돌아가는 곳이 있다.
그곳을 우리는 ‘집’이라 부른다.


몸이 쉬는 공간인 동시에,
마음이 다녀가는 곳.


집은 단지 벽과 지붕이 아니다.
그 안에는 기억이 머문다.
가구에는 손때가 묻고,
창문엔 계절이 드리우고,
냉장고에는 웃음과 다툼의 흔적이 쌓인다.


그리고 가장 깊은 곳에는
사랑과 상처, 기다림과 안도가 함께 눌러앉는다.


어릴 적엔
집이 커야 좋다고 생각했다.
친구 집에 있던 멋진 공간이 부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된다.
집은 ‘크기’가 아니라 ‘감도’라는 것을.
얼마나 아늑한지,
얼마나 내가 나다울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건 면적이 아니라 온기였다.


집이란
벗을 수 있는 곳이다.

밖에서는 늘 옷깃을 여미고,
말을 고르고,
자세를 다듬어야 하지만
집에선 그런 것들이 하나둘씩 풀린다.


그래서
집이 있다는 건
곧 ‘풀릴 수 있는 용기’를 허락받는 일이다.


하루를 무사히 버티고 돌아와
무릎을 굽히고,
뜨거운 국 한 숟갈에 숨을 돌리는 그 시간.
그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언젠가
더 나은 집을 꿈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집이 되어줄 수 있다면,
나로 인해 누군가 마음을 쉬고,
용기를 내고,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참 근사한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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