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은 버틸 수 없는 이유 앞에서도 끝내 ‘나’를 포기하지 않는 힘이다

by 오석표

‘깡’이라는 단어.
하지만 그 뜻을 국어사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깡은
사람마다 가슴속에 새긴 정의가 조금씩 다른 단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무모함이고,
누군가에겐 살아남는 방식이며,
또 누군가에겐 흔들림 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어릴 적, 나는
덩치 큰 친구가 위협을 해도
불량한 애가 삐딱한 말을 해도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였다.
때론 싸우기도 했고, 때론 혼자 남기도 했다.
그래서였는지,
누군가가 쉽게 나를 흔들지는 않았다.


그게 내 안의 깡이었다.
힘이 세서가 아니라,
내 생각과 태도를 꺾지 않는 그 고요한 고집.


회사원이 되고 대리시절,
한참 구조조정의 소문이 돌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일보다 뒷말에 더 집중했고,
회의실 한편은 늘 낯선 긴장으로 가득했다.


그때 나는
A4용지 3장짜리 편지를 써
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사장님은 날 보며 말했다.
“자네, 노조 쪽인가?”
나는 눈을 피하지 않고 답했다.


“사장님, 저는 노조 뿌락지가 아닙니다.
저는 이 회사에 입사할 때
언젠가는 사장을 하겠다고 다짐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 회사를 아끼고,
이 회사가 제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그날 이후
진급이 빨라지진 않았다.
그렇다고 후회도 없다.
왜냐하면 ‘깡’이란 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갖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품는 것이니까.


깡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앞에서도 나를 숨기지 않는 용기다.


깡이란 말 없이 묵묵히 살아내는 삶에도 있다.
밤새 아이 울음을 달래고 출근 준비를 하는 엄마에게,
거절을 수십 번 당하고도 또다시 문을 두드리는 청년에게,
노후가 불안해도 후배 앞에서 눈을 마주치는 선배에게.


그들은 거창한 꿈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솔직하고,
지금 이 순간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깡은 결국,
삶을 향한 태도의 문장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오늘 하루를 살아내며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자격이 있다.


“나는 지금, 무엇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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