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초단편소설 쓰기 1일차 도전

2022.05.09

by 오성주


공중부양


"공중부양하는 법을 알려줄까? 어렵지 않아. 전속력으로 질주하다가 적당한 스피드가 되었다 싶으면..."


A는 어릴 때부터, 또라이라고 많이 불렸다. 자신의 친구는 물론 자신의 형제들한테도. 그래서 나로서는 그냥 재밌는 친구, 자기만의 세계가 있지만 굳이 나나 다른 사람한테는 피해는 안주는 친구였기에 20년 넘게 만났을지도 모른다.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암묵적으로 약속이나 한 듯 A와 만난 나는, 오늘은 A가 또 어떤 이상한 음모론, 혼자만의 상상, 어제 꾼 꿈의 해몽을 말할지 궁금해하는 척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친구와의 대화가 늘 그렇듯, 지금 말하는 주제가 30분 전의 어떤 이야기에서 파생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A는 느닷없이 공중부양하는 법을 알아냈다고 했다.


한여름에는 뜨거운 카푸치노, 한겨울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녀석은 어김없이 카푸치노 거품과 계핏가루를 묻은 윗입술을 혀로 훔치면서 말을 이어갔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하지만, 아무튼 전력 질주를 하다가 무릎을 굽혀. 바닥에 엎어질 것 같아, 무릎이 쓸릴 것 같아.라고 걱정하면 안 돼. 핵심은 그 두려운 생각 없이, 전력 질주를 하다가 바로 무릎을 굽히는 거야."


그럼 그렇지. 마술사들의 공중부양도 눈으로 보면 신기해하면서도, 막상 머릿속으로는 '저건 트릭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 바로 10초 안에 10명을 댈 수 있다. 그런데 그 마술사만큼의 성의도 없이 '전력질주하다가 무릎 굽히기'라는 이상한 트릭을 엄청난 비밀인처럼 말하는 A를 향해 나는 손뼉을 쳤다. 짝짝짝


"그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다니. 이제 자전거와 자동차, 비행기는 안타도 되겠는걸? 그럼 오늘 올 때도 그 방법으로 온 거야?"


"아 난 운동해야 해서 걸어왔지. 그 방법으로 공중부양을 한다 해도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막 진짜 하늘을 날고, 슈퍼맨처럼 엄청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거든. 그냥 발을 움직여서 걷지 않을 뿐이지.


"달리다가 무릎 굽히는 정도면 초등학생만 돼도 할 수 있는 건데, 왜 난 지금껏 아무도 공중부양하는 사람을 못 봤지? 정부가 그 비밀을 막고 있는 건가? 넌 이제 검은 선글라스를 낀 사람에게 잡혀가는 거겠네. 안녕 잘 가. 사요나라"


50%의 비야 나이, 50%의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답했고, A는 이번에도 자연스레 정부의 음모론을 꺼내는 줄 알았다.


"지금껏 그 방법을 공중부양을 한 사람을 못 본 이유는 딱 하나야. 아무도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았거든. 다칠까 봐 무서워서. 너도 다칠까 봐 무서워서 해보지 않았던 것이고, 나도 운동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다칠까 봐 무서워서 안 했지."


"그럼 만약 다치지 않을 거라는 공포감만 없으면, 그 방법으로 공중부양이 가능하다고?"


"맞아, 하지만 그렇게 하면 무릎이 작살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어느 누가 두려움을 안 가질 수 있겠어? 오직 그 두려움을 극복한 사람만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지금까지 그 방법으로 공중부양을 하는 사람이 없는 거야. 그게 정상이니까."


그리고 A는 다시 카푸치노를 홀짝이며 마셨고, 나도 [PC방을 안 가는 남자 2명이서 카페에서 많이 하는 행동 2위 : 얼음 먹기]를 1위로 올리기 위해 열심히 남은 얼음을 와그작 씹어먹었다.


"저녁 뭐 먹지."


A는 암묵적으로 2가지 의사 표현을 나타내는 혼잣말이자 질문을 던졌다. '아까 했던 공중부양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다.'와 '카페는 지겨우니 이제 슬슬 나가자.'


나 또한 허무맹랑한 <공중부양 방법론>을 논하기에는 소양이 부족했기에, 비공식 전공인 음식이나 탐하기로 했다.


"공중부양 방법을 알려줬으니, 날아다니는 놈으로 먹자. 닭발이나 치킨."


"콜. 맥주?"


"술은 안돼. 나 이따가 돌아갈 때 네가 알려준 방법으로 공중부양해서 집에 갈 거라서. 술 마시고 공중부양하면 음주비행이라고."


"크크크 비행 면허도 없는 놈이 무슨. 아까도 말했지만 전속력으로 달려서 무릎을 굽혀야 해. 엎어지거나 무릎이 다칠 거라는 두려움 없이. 오직 그런 자만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고."



가끔 초능력을 가진 꿈을 꾼다.


이번 글인 '공중부양'도 꿈속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딱 무릎을 굽힌 자세로 바닥에 떠서(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다.) 이동하는 초능력인데,


달리다가 무릎으로 슬라이딩 하듯이 미끄러지면 자연스레 공중부양한채로 날아다녔던 꿈이였다.


꿈속에서는 다친다는 두려움이 없었고, '당연히 된다.'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날아다녔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한다고 하라면, 과연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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