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가

틱낫한, 스님, <힘>

by 오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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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불교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열반하셨습니다.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틱낫한 스님은 ‘살아있는 부처’로 칭송받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로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아왔습니다. 스님은 인류에 대한 사랑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신 실천하는 불교운동가였습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반전·평화·인권 운동을 전개했고, 난민들을 구제하는 활동도 활발히 하셨습니다. 세계인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위한 명상 수행을 전파하는 데도 열정적이셨고,

생전에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때 스님의 ‘걷기명상’에 많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수많은 저서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아름다운 시와 글로 전하면서 ‘마음 챙김’을 늘 강조하셨는데,

스님의 행복론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삶의 지침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님의 족적과 어록, 가르침은 사람들의 실천 속에서 언제나 살아 숨 쉴 것입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1월 22일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 스님이 별세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메시지다. 이 메시지를 보면서 나도 틱낫한 스님이 2003년 두 번째 한국 방문을 계기로 출간된 <힘>(명진출판, 탁낫한 지음, 진우기 옮김, 2003년 3월)을 읽고 감동을 받은 기억이 났다.


그동안 이사를 몇 번 다녀 책이 남아 있을까 찾아 봤더니 책장 한 구석에 잘 꽂혀 있었다. 그래서 다시 읽으면서 스님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벨 문학상을 탄 일본의 문호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숨졌을 때 그가 쓴 책을 모두 읽는 것으로 추도를 한다고 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틱낫한 스님의 책은 달랑 이것밖에 없으니 나 나름의 오에 식 추도 독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을 다시 읽다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두 가지가 크게 뇌리에 남는다. 하나는 '깨어 있는 마음'이라는 단어다. 영어로는 'mindfulness'다. 이 단어는 탁닛한 스님의 핵심 사상인데, 책에 따라 맥락에 따라 '자각' '전념' '마음 챙김'으로도 번역됐다고 한다.


나는 '깨어 있는 마음'을 쓸 데 없는 것에 신경쓰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뜻이라고 받아들였다. 먹을 때도, 운전할 때도, 걸을 때도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에 모든 생각을 집중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니, 대부분 딴생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꼈다. 지하철을 타고 갈 때는 목적지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만날 때는 또 다른 약속을 생각하면서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걸 자각했다. 앞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충실해야지 하는 다짐을 했다.


또 한 가지는 '걷기 명상'이다. 스님이 말하는 여러 가지 명상 중에서도 유독 걷기 명상이 크게 마음에 와 닿았다. 시골 출신이라 그때나 지금이나 걷기를 즐기는 편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도 추모 메시지에서 '걷기 명상'에 많은 공감을 느꼈다고 한 것을 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2003년 책을 읽고 등산을 하거나 하이킹을 할 때 한 발 한 발을 의식해서 걸어 본 적이 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걸을 때보다 뭔가 각성되는 느낌, 건강해지는 느낌이 받았다. 이번에도 다시 책을 읽고 나서도 동네의 낮은 산을 등산하면서 한 발 한 발의 움직임에 마음을 실어 걸어봤다. 역시 달랐다. 의식 없이 걸었던 것은 헛힘을 쓴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마 또 책의 기억이 사라지면 마찬가지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겠지만 말이다.


항상 바쁜 일상 속에서 살다가 이런 책을 읽으면 숲속에서 샘물을 만나는 느낌이다. 논리적이고 사변적인 사회과학 서적과는 다른 힘을 보충해 준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이런 가르침을 주는 것이 참된 종교인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주위의 종교인들이 얼마나 타락하고 부패해 있는지도 덤으로 알 수 있다.


틱낫한 스님의 죽음은 나에게 다시 '깨어 있는 마음'과 발끝에 혼을 담아 걷는 '걷기 명상'의 소중함을 상기시켜 주었다. 부디 하늘 나라에서 영면하시길 빌면서, 좋은 깨우침을 주신 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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