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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Oct 01. 2021

'교양 없는 시대'에 '교양'을 생각한다

후지와라의 <국가와 교양>

올해(2021년) 여름은 어느 해보다 무더웠다. 여기에 '코로나 19' 감염 사태까지 겹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짜증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9월 들어서부터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천고마비의 계절'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은 휴대폰과 각종 전자 게임 등 가지고 놀 것이 너무 많아서 책을 읽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책은 교양과 떼어놓기 어려운 단어다. '교양을 기른다'는 말과, '책을 읽는다'는 말이 거의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그렇지만, 책이 곧 교양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는 않는 교양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 책장을 살펴보니, 일본에 있을 때 산 <국가와 교양>(신조신서, 2018년 12월, 후지와라 마사히코)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더구나 최근엔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고 "교양이 없다"는 말이 인구에 많이 회자되고 있어 더욱 흥미가 당겼다. 후지와라씨는 일본에서 27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국가의 품격>이란 책을 낸 사람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국가의 품격>은 한글 번역본이 나왔지만, 이 책은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다.


이 책은 모두 6개 장으로 돼 있다. '교양이 왜 필요한가'(제1장)로부터 시작해 교양이 어떻게 발생해 발전해왔고(제2장), 왜 쇠퇴했는가(제3장)를 더듬어본 뒤, 유럽 교양의 성쇠(제4장)와 일본의 교양 역사(제5장)를 자세히 살핀다. 그리고 마지막 제6장(국가와 교양)에서 현대 민주주의에 필요한 교양이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를 저자 특유의 시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1장은 1991년 버블 붕괴로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냉전 붕괴를 계기로 일본을 협력자에서 경쟁자로 모드를 바꾼 미국의 전략 때문이라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로 시작된다. 저자는 이런 미국의 의도와 전략을 간파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일본이 당한 것은 세상의 변화를 꿰뚫어볼 수 있는 직관력, 즉 교양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제2장에서는 알렉산더 대왕 시대에 세워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그리스 고전을 통해 형성된 교양이, 시대의 변천과 함께 콘스탄티노플, 압바스 왕조의 바그다드를 거쳐 12세기에 베네치아, 제노아의 북부 이탈리아 도시국가로 환류되면서 르네상스를 불러온 과정을 서술한다. 이것이 이후 종교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서구 문명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까지 살펴본다. 제3장에서는 유럽에서 융성한 교양이 쇠퇴하게 된 원인으로 1)생존경쟁과 윤택한 생활에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된 점 2)세계가 교양의 대극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공리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영향에 압도된 점 3)글로벌리즘의 확산 4)두 차례의 전쟁을 막지 못한 교양에 대한 불신을 꼽는다.


제4장과 제5장에서는 유럽(특히, 독일)과 일본에서 교양 교육이 어떻게 시작됐고 힘을 잃게 됐는지를 역사적 사건을 따라가며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독일을 모델로 교양층을 양성해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도 결국 독일의 실패, 즉 철학 문학에 중심을 두고 정치역학과 의리 인정, 세속적인 것에 소원한 교양 교육을 해왔기 때문에 교양층이 '정치 음치'가 됐다고 지적한 부분이 눈에 띈다.


저자는 새로운 시대, 즉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일부 교양계층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교양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서양 숭배의 교양과 결별하고 지식과 자국 정서에 뿌리 내린 교양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전통적인 '인문 교양' 외에 정치, 경제, 지정학, 역사를 포함해 현실 세계를 통찰할 수 있는 '사회 교양', 사물을 과학적으로 볼 수 있는 '과학 교양', 사람들의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대중문화 교양'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를 "교양의 네 기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래도 가장 교양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그것도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을 읽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 대로, 지하철 안에서 종이책을 들고 교양을 쌓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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