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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Feb 20. 2023

선출되지 않은 권력 '조중동'의 횡포를 고발한다

<야만의 언론> <다시 보는 야만의 언론> <슬기로운 해법> 조폭언론

"어쩌면 노씨와 그의 사람들이 지금 당하고 있는 정도는 노씨 등이 너무 까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조선일보> 2009년 3월 30일 김대중 칼럼 '<4년 후 MB사람에게 주는 경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기 2달여 전, <조선일보> 주필을 지낸 김대중씨가 이 신문에 쓴 칼럼의 한 대목이다. 이 짧은 문장 속에 <조선일보>가, 아니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대변하는 기득권 세력이 얼마나 오만방자한지를 알 수 있다.



아무리 노 전 대통령이 밉다손 치더라도,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을 노씨라고 하대하고 아랫사람들에게도 잘 쓰지 않는 '까분다'라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 못된 행태에서 그들의 비뚤어진 우월의식과 복수심을 엿볼 수 있다.



오죽하면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한겨레> 논설위원실 간사와 <한국방송>(KBS) 사장을 역임한 언론인 정연주씨가 세 신문을 '조중동'이라고 묶어 '조폭언론'이라고 비판했겠는가. 정연주씨는 위의 악명 높은 김대중씨의 칼럼이 나온지 꼭 8달 만인 11월 30일 <한겨레>의 정연주 칼럼('조폭언론 일망타진')에서 조중동을 조폭언론을 규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조중동을 조폭언론이라고 지칭한 이유가 있다. 조폭처럼 자기네 영역(이익)을 지키기 위해 인정사정 보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키려 한 '자기네 이익'은 친일 또는 군부독재정권과의 유착 등을 통해 얻은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는 것, 이를 위해 가치와 이념을 공유한 기득권 수구정당의 권력 장악과 장기집권을 적극 도모하는 것, 그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다시 보는 야만의 언론>(책보세, 김성재 김상철 지음, 2014년 5월)은 한마디로 말하면, 정연주의 시각에서 김대중이 대변하는 조중동을 비판하는 책이다. 2010년 초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을 줄이고 재정리한 최종본이다. 2014년 5월에 이 책 내용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슬기로운 해법>을 만들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조중동의 언론 기득권 세력이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들이 어떻게 악랄하고 집요하게 공격하고 비판하고 조롱했는지, 조중동 세 신문이 써온 기사를 들추어 고발하고 있다.



두 명의 저자 모두 언론인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언론 문제를 다루는 청와대 홍보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자신들이 모셨던 대통령을 난도질한, 그래서 끝내 죽음으로 몰아넣은 조중동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책 속에 강하게 배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당시 가장 세밀하게 언론 보도를 분석하고 다뤘던 위치에 있었던 장점을 살려, 비판은 철저하게 그들 신문이 보도한 기사에 기초해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은 2부로 되어 있다. 1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이른바 '박연차 의혹' 사건에서, 언론과 검찰의 합작극이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검찰이 익명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자극적인 정보'를 흘리면 이를 언론이 받아 전하고 보수 정치권이 가세해  증폭시키는, 마치 한 번 빠지면 죽을 때까지 헤어나올 수 없는 '무한 지옥'과 같은 검언정(검찰-언론-정치권) 기득권 세력의 공세를 집중적으로 해부했다. 



1부는 대략 이 책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 부분만 읽어도 검언정 기득권 세력이 그들이 용인하지 않는 정치인을 옭아매는 방식이 지금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대장동 사건과 정대협 대표를 지낸 윤미향 의원 사건뿐 아니라, 이전의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건, 정의당 대표를 지낸 노회찬 전 의원 등을 수사하고 보도하고 부풀려 선동하는 기득권 세력의 방식은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때의 수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불행한 것은 그들의 이런 악행이  주기적으로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데도, 그들의 먹이감이 된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 보면,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의 책임이 큰데 조중동과 그 아류들이 검찰과 한 편이 되어 기득권세력의 공작에 가담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도 언론 스스로의 개혁에 기대기보다는 '깨어 있는 시민의 힘', 즉 시민의 언론 소비자 주권 운동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2부에서는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조중동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어떤 식의 기술과 방법을 동원해 보도를 전개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들은 '수구언론, 범죄의 기술 9막'을 노무현 정권 이전과 이후 보수정권 때의 보도와 대비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수구언론, 범죄의 기수 9막'이라는 제목으로 문을 연 뒤, 1막부터 9막까지 나눠  그들의 악랄한 보도 수법을 죽 열거했다.



여기서 내용을 일일히 소개할 수 없으니, 1막부터 9막까지 제목만 적어보겠다. 제1막, 막말하고 조롱하기. 제2막, 말 비틀고 말꼬리 잡기. 제3막, 무조건 반대하고 흔들기. 제4막, 사사건건 발목잡기. 제5막, 황당무계 작문하기. 제6막, 뒤집어씌우고 발뺌하기. 제7막, 말 바꾸고 입 씻기. 제8막, 대국민 사기극. 제9막, 서민 가장하며 부자 편들기.



제목만 훑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중국의 고전적인 전술인 36계를 연상시킬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한두 가지 예를 들면, 보수 정권 때는 토지공개념이 필요하고 전작권의 빠른 환수가 필요하며, 양극화 해소가 긴급한 일이라고 보도하더니 노무현 정권이 하면 얼굴을 싹 바꿔 사회주의 정책이니 친북이니 편 가르기라며 공격하며 날을 세운다. 



조중동의 이런 보도 행태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노무현, 문재인 정권 때는 조그만 자리의 인사를 놓고도 코드 인사니 낙하산 인사니 하면서 개거품을 물었으면서도 윤석열 정권 때는 검사 출신이 정부의 요직이란 요직은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데도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물고 있다.내 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게, 적에게는 한없이 가혹하게 보도하는 것이 그들이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보도 원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숲에 들어가면 숲을 볼 수 없고, 산에 가까이 가면 정작 산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보면 숲의 윤곽도 보이고 산의 전경도 잘 들어온다. 나는 이 책이 그런 시점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본다. 개별적인 사안 하나 하나에 매몰돼 있으면 크게 문제가 되는 게 없는 듯하지만, 조중동이 그동안 쓴 기사를 앞 뒤 전후 시계열로 비교하거나, 보수-진보 시기 별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보면 그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얼마나 흉악한 일을 벌이고 있는지 금세 눈에 들어온다. 신문이 아니라 '독극물'이라고 하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참고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소식을 전하는 <조선일보>의 1면 머리 제목은 검찰의 말에서 그대로 따온 <"천문학적 개발이익 챙겨준 토착비리">다.



이 책은 노무현 정권 시대의 조중동 보도를 문제 삼고 있지만, 실은 지금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조중동 중심의 낡고 부패한 한국 언론 구조를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보수 언론의 문제를 이해하거나 부패한 언론 구조를 개혁하려는 시민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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