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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Feb 28. 2023

삼일절 104돌 계기 '언론사 말글살이 독립선언'

한글학회, 한말글문화협회, 리대로, 김슬옹, 오태규, 김상균, 언론사이름


삼일절 104돌을 맞아,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대표, 리대로) 주최로 '언론사 말글살이 독립선언' 행사가 2월 24일 열렸습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한글회관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리대로 대표 외에 김상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그리고 저도 참석해 주제 발표를 했습니다.


1919년 3월 1일, 일제의 식민 지배에 항거해 독립선언을 했듯이, 삼일절 104 돌을 계기로 한자와 영어에 찌든 언론사의 말글을 한글로 바꿔 쓰자는 취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세계에 자랑하는,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과학적인 한글이 있는데 국민의 말글살이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미디어가 한자, 영어를 남발하는 것은 한글 뿐 아니라 국민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이날 리 대표는 '여는 말'에서 한국의 10개 중앙지 중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두 신문만이, 그리고 대학 신문 중에서는 서울대의 <대학신문>이 아직도 한자로 된 제호를 쓰고 있다면서,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신문사의 한글 무시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었습니다. 이 발표를 들으면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때 기를 쓰고 한글 사용을 반대했던 최만리와 같은 사대주의에 물든 상층 기득권 세력의 얼굴이 어른거렸습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대학신문의 이런 모습과 달리, 호남지역의 <전남일보>와 <전북일보>가 계속 한자를 쓰고 있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오히려 보수적인 지역인 경북과 경남의 신물들이 <경북일보> <경남일보>라고 한글 제호를 쓰고 있는 데 반해 비교적 진보적인 지역인 호남에서는 <전남일보>와 <전북일보>가  한자 제호를 쓰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개가 갸웃거려졌습니다.


이것은 한자 제호에 관한 것이고, 이명박 정권 때 생긴 종편들은 거의 모두 영어 이름을 그대로 미디어의 이름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 기득권이 한자 중시에서 영어 중시로 기울어진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종이 신문은 한자, 방송은 영어로 이름을 쓰고 있는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은 둘 다 우리 말글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시민이  쓰는 한말글을 무시하고 굳이 한자와 영어를 쓰는 심성을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특권의식의 반영인지 뭔지 잘 모르지만 연구 과제로 삼아 따져볼 일입니다.


저는 이날 '뿌리깊은나무, 한겨레, 민들레로 이어지는 언론사 한글 이름'과 관련한 발표를 했습니다. 1896년 한글신문인 <독립신문>이 나온 뒤 꼭 80년 만에 순한글 가로쓰기 잡지인 <뿌리깊은나무>를 한창기씨가 창간했습니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1988년엔 순한글 가로쓰기 종합일간지인 <한겨레신문>이 탄생했고, 한겨레신문 창간 7년 뒤인 1995년에 <중앙일보>가 한글과 가로쓰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모든 신문이 한글 가로쓰기를 따라했습니다.


방송에서는 2018년에 <문화방송(MBC)>이 한글날 하루 텔레비전 수상기 오른쪽 위에 한글 이름을 처음 썼고, 2021년부터는 이런 일이 여러 방송사로 퍼졌습니다. 그리고 2022년 10월부터 지방 방송국인 <광주문화방송>이 과감하게 한글 이름을 쓰기 시작해 지금껏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신문으로서는 2022년 11월 15일 창간한 <시민언론 민들레>가 한글 제호를 채택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느리고 답답하지만  언론사 이름의 한글 사용이 확산하는 것도 부정하기 어려운 흐름입니다. 저는 이런 작은 흐름이 결국엔 모든 미디어가 한글 이름을 사용하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날이 오리라고 봅니다.


김상균 전 이사장은 방송의 보도말이 일반 시민이 생활하면서 쓰는 말이 아니라, 문장을 써서 읽는 식으로 된 현실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방송은 말로 하는 것인데 아직도 글로 방송을 하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외국의 기자들이 방송에서 하는 말은 구어체로 아주 자유스러운데, 우리 방송사 기자들은 신문 기사를 읽는 식이어서 불편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신문, 방송의 기사 제목에 '토막 한자'를 쓰는 것에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그의 주장을 보면, 이런 식의 제목이 얼마나 우리말을 파괴하고 모욕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이날 행사를 움직그림(동영상)으로 찍은 것입니다. 삼일절 휴일에 시간이 있으면 한 번 진득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한말글문화협회. 언론사 말글살이 독립선언 - 104돌 삼일절 - 움직그림(동영상) - 리대로의 한말글 사랑 한마당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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