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측량한 사나이, 이노 다다타카>
'이노 다다타카'는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생소한 이름이다. '일본의 대동여지도'를 만든 '일본의 김정호'라고 하면 좀 쉽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이노 다다타카(1745-1818)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과학적 실측을 바탕으로 한 지도,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만들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완성하는 데 최대의 공헌을 했다.
그는 김정호(1804-1866)보다 반세기 정도 일찍 태어났다. 그러나 지도를 만드는 기법은 훨씬 과학적이었다. 그는 당시 일본보다도 훨씬 천문학과 측량 기술이 앞섰던 서양 사람들도 깜짝 놀랄 정도의 정확도 높은 지도를 만들었다. 그가 이런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된 데는 그의 가열찬 노력 외에 시대적 배경도 작용했다. 우선 당시 사용하던 달력이 정확하지 않아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었고, 러시아가 홋카이도 부근으로 남하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토 방위 차원에서 정확한 지도의 필요성이 커졌다. 여기에 더해 측량, 천문과 관련한 해외 선진 문물의 도입이 쇄국의 제약 속에서도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지도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 50살이 넘었을 때였다는 점이다. 당시 50살은 지금 나이로 80살 정도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더구나 그는 52살 때 현업에서 은퇴한 뒤 19살이나 어린 사람을 찾아가 제자로 삼아줄 것을 요청해, 허락을 받았다. 이것만 봐도 범상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정확한 실측 일본지도를 만들기 위해 1800년부터 1816년까지 17년 동안 10차례에 걸쳐 일본 전국을 측량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대일본연해여지전도'는 그가 숨지고 3년 뒤인 1821년, 그의 제자들이 그의 측량을 토대로 완성했다. 이 지도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당시 네덜란드 의사 지볼트에게 이 지도를 건네준 사람이 기밀누설죄로 투옥돼 옥사한 사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본을 측량한 사나이, 이노 다다타카>(논형, 2021년 10월, 도몬 후유지 지음, 이용화 옮김)는 이노 다다타카의 전기이지만, 일반적인 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의 위업인 지도를 만드는 얘기가 중심이 아니라, 그가 은퇴 이후에도 어떻게 이런 어려운 일에 매진할 수 있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인 도몬 후유지도 "이 책의 목적은 이노 다다타카의 '생애 청춘'을 모티브로 한 까닭에 가능한 한 그의 전 생애의 묘사에 힘을 기울였다. 후반 생애의 측량가로서의 업적에 대해서는 많은 책이 다루고 있어 생략한다."고 말했다. 그의 업적에 관해 잘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측량가로서의 업적'이 생략된 점이 아쉬울 것 같다. 그에 관한 책은 이미 나와 있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별도로 구해 보길 바란다.
이 책은 후반부에 측량가로서 모습과 작업도 꽤 다루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난 한 인물이 노년에 자기 꿈을 포기하지 않고 위업을 이루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주인공 이노 다다타카가 다른 집의 양자로 들어가 기운 가세를 일으켜세우고 지역까지 부흥시킨 뒤 보통 사람은 모두 은퇴할 나이에 새로운 일(천문학과 측량, 그리고 지도 제작)에 도전해 위업을 달성하는 과정을 다루면서 그 원인을 분석한 책이다. 그의 구체적인 업적을 평가하기보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제2의 인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생애에서 추출한 '제2의 인생을 잘 사는 법'을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빛나는 만년을 보내기 위해 전반 생애에서 어떤 축적을 했는가?"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면서, 성공적인 만년의 조건으로 '돈(경제)', '신체(건강)', '마음(정신력)' 세 가지의 준비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