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북핵, 한반도 평화, 대북정책, 두 국가, 핵국가
김영삼 정권 때 청와대 국제안보 비서관, 김대중 정권 때 청와대 외교 비서관,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과 외교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씨가 두 번째 책을 냈다.
첫 번째 책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창비, 2016년 10월)을 낸 지 거의 10년 만이다. 책 제목은 <좋은 담장 좋은 이웃-안보와 통일 12개의 질문>(생각의 창, 2025년 10월)이다.
두 책은 모두 그가 30년 이상 외교 현장에서 일한 경험과 학습, 통찰력을 바탕으로 쓴 외교·안보 전략서라고 할 수 있다. 외교 분야의 수장 노릇을 했던 한국의 고위급 인사가 신변잡기가 아닌, 묵직한 내용의 외교·안보 전략서를 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그것도 400쪽이 훌쩍 넘는 두꺼운 책을 두 권씩이나 낸 것은, '천연기념물'에 해당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면에서 송민순 전 장관의 노력은 크게 상찬 받을 만하다.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은 성격과 내용이 많이 다르다. 첫 번째 책이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회고록 성격이 강하다면, 두 번째 책은 시대 변화에 맞추어 대한민국의 진로를 제언하는 것이 중심이다. 첫 번째 책이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긍정적 분위기로 차 있다면, 두 번째 책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허사이므로 평화와 통일을 위한 작위보다 분쟁과 갈등 회피를 위한 부작위에 힘써야 한다는 비관적 사고가 저류를 이루고 있다.
첫 번째 책은 그가 관여한 북핵 협상 문제를 자세하게 되돌아보면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제17대 대통령선거와 시기가 겹치면서 엉뚱한 논란에 휩싸였다. 책에 서술된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 기권 과정 서술이 대선 막판의 예민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던 송 씨는 인권 결의안에 찬성을 주장했으나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반대해 결국 기권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력 후보인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어서, 당시 책 내용을 빌미로 상대 진영의 공격이 거세게 제기됐다.
이 때문에 송 씨가 외교부 선배이자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활동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때맞추어 책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당시 언론도 이 책 내용 중 대북 인권결의안 기권 문제만 집중적으로 부각해 보도했고, 송 씨도 몇 차례 방송 인터뷰에 나와 그 부분 얘기를 되풀이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두 번째 책도 첫 책과 비슷한 오해를 살 만한 구석이 있다. 윤석열 탄핵 뒤 탄생한 이재명 정권 초기에 나왔고, 책 내용에 이재명 정권의 외교·안보 노선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보일 수 있는 주장이 들어 있는 점이 전작과 닮았다. 그는 이 책에서 이 정권이 주장하는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END 이니셔티브')의 대북 정책과 결이 다른, 남북이 서로 남남처럼 덤덤하게 지내자는 '차가운 평화(소극적 평화)'를 주장한다. 더구나 2025년 11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 책 출판기념회에는 묘하게도 반 이재명 성향의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고, 진보 정권에서 같이 일했던 인사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