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필 평전>, 동아투위, 해직,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이 한국 언론사에서 차지하는 주요한 의미 중에서 '한국 최초의 순한글 가로쓰기 일간지'라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세종대왕이 어여쁜 백성이 널리 사용하라고 한글을 창제한 것이 1443년이고, 반포한 해가 1446년이다. 한겨레신문이 창간된 것이 1988년이니 무려 540여 년 가량 지나서야 세종대왕의 꿈이 제대로 이뤄진 셈이다.
1988년 당시 종합 일간지가 순한글 가로쓰기를 하는 것은 '파격 중의 파격'이었다. 다른 모든 신문은 일본 신문을 본받아 한글-한자 혼용의 세로쓰기를 하고 있었다. <중앙일보>가 1995년에 한글 가로쓰기에 동참하면서 점차 한글 가로쓰기가 확산되었고, 지금처럼 대다수 종합 일간지가 한글 가로쓰기를 하게 됐다. 하지만 많은 신문이 여전히 제목 등에서는 한자를 섞어 쓰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겨레신문의 순한글 가로쓰기는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1896년에 순한글 신문인 <독립신문>이 발간됐고, 1976년에 한창기 씨가 순한글 가로쓰기 잡지인 <뿌리 깊은 나무>를 냈다. 한겨레신문의 순한글 가로쓰기는 이렇게 한글을 갈고닦고 키워온 선구자들의 노력 위에서 이뤄진 것이다.
<동아투위 안종필 평전 - 자유언론에 순교하다>(자유언론실천재단, 김성후 지음, 2025년 6월)을 읽으면서, 순한글 가로쓰기 역사에 또 한 사람의 선구자를 발견했다. 바로 안종필 동아투위 2대 위원장이다. 물론 이 책이 그것을 주제로 집필된 것은 아니다. 엄혹한 유신 독재 시절, 당시 차장급 선배 기자로서 동아투위 위원장을 기꺼이 맡아 언론자유 운동을 묵묵하게 이끌다가 4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숨진 안 위원장의 일생을 다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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