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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유경 Feb 15. 2020

가장 아름다운 두 시간, '가파도'걷기

올레길 10-1코스

KBS에 사직 의향을 밝히고 제주에 온 지 한 달이 넘었어요. 

지난 방송생활은 숨 돌릴 틈 없는 '출력'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노출'하고 남들의 '평가'속에 나의 가치가 결정되는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같은 나날이었지요.

 

KBS를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직장이기 이전에 배움의 터전이자 자아실현의 장이었는데 어느 순간 성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어요. 

마침 사내에 '한류추진단'이라는 TF가 생겼고 지원자를 모집한다고 공고가 붙었습니다. '한류'라는 단어만 봐도 가슴이 뛰던 시절이었거든요. 운명의 힘에 이끌리듯 2012년 1월에 한류추진단으로 떠난 저는 KBS월드사업부를 거쳐 사내기업인 KBSAVE를 설립했습니다. 제 인생에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 되었지요.  내 안의 잠재되어 있던 엄청난 에너지와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기적 같은 5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여신은 다시 저를 아나운서실로 이끌었어요. 5년간의 방송 공백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당>의 MC를 맡으며 시청자 앞에 다시 서게 되었고, 이어 <오유경의 해피타임>, <국악한마당>등을 진행했지만 8년 전에 느꼈던 '한계'는 좀 더 분명하게 저의 결심을 다지게 했습니다.  저는 KBS에서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거든요. 더 이상 성취감을 느낄 수 없으니 만족을 느낄 수 없었죠. 

꿈을 꾸는 방송인에서 생계형 직장인이 되어 있는 나를 편안하고 안락하다는 이유로 방치할 수는 없었습니다. 


 KBS에 입사한 지 25년,  나는 새로운 25년을 위해 '내 시간을 사야겠다.' 결심하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사표를 냈습니다. 계속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요.  그리고 제주로 왔습니다. 25년을 힘껏 달려온 내게 통 크게 5개월의 휴가를 선물했습니다. 이 축복의 시간 저는 제주의 길을 걸으며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제가 느낀 감동을 나누고 싶네요.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과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아 올립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올레 10-1코스인 가파도 코스예요. 



가파도는 바다 위에 평평하게 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섬'이라 불리는 섬입니다. 이 섬의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0미터예요. 청보리밭과 짙푸른 바다 그리고 파아란 하늘... 사방을 둘러봐도 나를 가로막는 그 어떤 장애물도 없는 이 평화로운 풍경. 바람과 태양빛은 나의 촉각을 파도소리는 청각을 즐겁게 해 주죠.  도시에서는 대체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가파도를 가는 여객선 선착장은 대정읍 하모리에 있습니다. 날씨를 확인하고 예약을 하는 것이 좋아요.


이 배로 가파도로 갑니다.


가파도로 진입


10-1 올레길을 시작해볼까요?


가파도는 청보리가 유명합니다. 청보리 아이스크림은 가파도 특제인가 본데 먹고 시작할까 끝내고 먹을까.. 고민하게 만드네요. 




이렇게 작은 섬에 사람 사는 마을이 형성될 수 있었던 건 담수가 나오는 우물이 있기 때문이죠. 



저어기 보이는 섬이 '마라도'입니다.



보리밭 넘어 보이는 산 봉우리가 보이시죠? 좌측에 우뚝 솟은 산이 '산방산'인데요. 앞으로 제가 여러 번 소개드릴 거어요. 영적인 기운이 넘치는 산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산이예요. 그리고 머얼리 흰 눈이 덮인 산봉우리가 바로 한라산 정상 백록담입니다. 제주도에는 두 종류의 날씨가 있어요. 한라산이 보이는 날과 보이지 않는 날이죠. 오늘은 한라산이 또렷이 보이는 아주 맑은 날입니다. 


가파도에 딱 두대의 풍력발전기가 있어요. 




가파도 초등학교예요. 벽화가 너무 예쁘지요? 


보리밭 사이로 한라산을 보면서 걷는 최고의 올레길 발견! 바로 여기가 제가 선정한 '가파도 핫스폿'입니다. 여러분 생각은요? 



이 경치를 눈에 담을 수 있다니 행복하지 않나요? 


돌과 선인장이라 척박함의 상징 같은 두 자연의 조화도 멋스럽습니다. 


잠시 쉬어갈 사람!!! 


여기서 보면 6개의 산이 보인데요. 산방산, 한라산.... 그리고.... 모르겠어요.


가파도 포구의 반대편 선착장에 도착했어요. 섬을 가로질러 가니 딱 20분 만에 여기까지 왔어요. 어린 왕자의 별처럼 작은 섬이에요. 



어느새 올레 10-1 완주~!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마을길은 마치 동화 속 주인공들이 살 것만 같아요. 


마을의 담벼락은 모두 그림과 글씨로 채워져 있어요. 누가 썼을까? 누가 그렸을까?


가파도 청보리로 제주맥주를 만드나 봐요. 제주에 오면 꼭 제주맥주, 제주가 그리워질 때도 제주맥주^^


작은 유채밭이 있네요. 유명한 산방산 유채밭은 사진 찍으려면 밭주인에게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현무암 사이에 센스 있게 놓여있는 작은 뜨개 화분~~ 따스한 사람의 손길이 느껴져서 참 좋아요. 


오전 9시 배로 들어가서 11시 20분 배로 돌아옵니다. 다음 배는 오후 2시 넘어서 있어요. 아~~ 좋았다!!!! 

왼쪽 아래에 올레 10-1길, 가파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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