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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Nov 30. 2018

표류하는 개인에게

빛의 호위 by 조해진

Book review 

빛의 호위 




오랜만에 읽는 소설집.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 작가는 역사적 사건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하고 있구나''였다. 늘 테러에 노출되어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동백림 사건, 나치의 유태인 박해 사건이 현재와 과거를 잇는 매개체로서 활용된다. 현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들 또한 곳곳에 내포되어 있다. 용역업체 직원의 죽음, 영원한 타자로 살아갈 수 없는 이민자의 삶, 고아 수출국의 멍에가 낳은 입양아의 회귀, 지식인의 고달픈 삶을 대변하는 시간강사의 생애, 난민을 바라보는 연민과 공포의 극단화 등이 단편 하나하나에 녹아 있다. 





순수문학을 추구하는 작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순수'란 단어가 사회와 유리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작가의 역할에 관한 논쟁은 사회를 막론하고 지속될 것이다. 다만 사회 문제에 천착하는 작가를 읽을 때면 잊고 있던 문제를 일깨워주니 고맙기도 하다. 때론 짤막한 뉴스의 실재보다 빗대어 표현한 가공의 현실이 더 와 닿기도 하니까. 


어떤 문장은 너무 가슴이 아팠다. 국가적 폭력과 정치의 힘겨루기가 그저 일상을 살아내는 지극히 평범한 개인을 죄책감 없이 파괴하고 말살해 버리는 현실이 생생해서. 한 번에 읽어버릴 수 없는 소설들이었다. 무겁게 다가오는 역사 속 폭력들이 주인공만 다를 뿐 엄연히 존재했던 과거이자 지속되는 현재였고 앞으로 반복될 미래일 것 같았다. 그 미래의 빈도가 적기를 바랄 뿐. 그래도 표제작 '빛의 호위' 속 사진기처럼, 어떤 존재가 표류하는 개인에게 일말의 빛이 되어 준다면 누군가의 생은 계속되지 않을까. 




 『 빛의 호위 』, 조해진, 창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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