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내 나름의 실천에 옮긴 지 이제 1년이 넘었다. 아직 내가 완전히 만족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간의 달라진 일상을 돌아보면 충분히 내가 원하는 단계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 이 시점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실천했던 그간의 경험을 나누고 나를 단련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먼저 미니멀 라이프가 내 마음속에 싹트게 된 시점부터 돌아가 보자. 때는 2017년 여름이었다. 5년간 살던 집을 떠나 이사를 했다. 오랜만의 이사여서 여러 이사업체를 알아보다가 가장 저렴한 곳으로 정했는데 후에 알고 보니 대형 업체에서 콜을 받아서 소규모 이삿짐 업자에게 일감을 주고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었다.
이사 전에 몇 박스의 짐을 싸놓고서는 ‘아저씨가 오면 같이 싸야지.’하고 안심했는데 당일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생각보다 짐이 많구나.'
오피스텔에 빌트인 수납공간이 많아서 수납용 가구는 하나도 들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꺼내놓고 보니 깊숙이 숨겨져 있는 짐이 예상을 넘어섰다. 보이지 않던 짐의 부피를 간과했던 것이다.
옮길 가구는 침대 하나였지만 이삿짐 아저씨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책이 300권 정도 되었고, 버리지 않은 각종 서류와 자료만 해도 몇 박스가 되었다. 이사 전에 많이 정리해야지 하다가 결국 조금밖에 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그 짐을 옮기는 꼴이었다.
짐이 별로 없다고 말해서 1톤 트럭 하나로 혼자 일하시는 중년의 아저씨가 오셨는데 아저씨는 짐을 옮기면서 이 분량이면 2명이 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셨다.
아저씨도 나도 난감한 상황, 연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열심히 거들면서 1톤 트럭을 가득 채워서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엘리베이터가 있는 높지 않은 집이라 옮기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아저씨는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으면서 화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옮겨주셨다. 그리고 내가 아끼는 책도 조심스레 다뤄주시고 몇몇 책을 보면서 전공이랑 학교를 짐작하시며 자기 동네에서 가깝다고 반가워하셨다. 이 많은 책을 사려면 돈이 많이 들었겠다고 하시며 자기는 딸이 둘이라서 혼자 이사하는 아가씨들을 보면 마음이 쓰인다고 하셨다. 나는 아저씨의 선한 마음에 감동했고 "아니에요. 중고책도 많아요.”라고 답했다. 그 말에 알뜰하다며 또 칭찬하는 아저씨.
사실 아저씨는 짐이 별로 없는 집이라서 콜을 받았고 오늘 주말 점심 약속이 동창들이랑 있어서 얼른 가봐야 했는데 나 때문에 약속 시간에 늦고 있었다. 그런데도 난처한 기색만 연신 낼뿐 꼼꼼하게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셨다.
이사가 마무리되고 아저씨가 트럭을 빼실 때 다가가 약속한 금액보다 더 챙겨서 드렸다.
“아저씨,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어요. 다음에 이사할 때 또 연락드릴게요.”
“아이고, 고마워요. 내가 돈을 더 받으려고 그런 건 아닌데, 괜히 부담을 줬네.
고생했어요. 아가씨도”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기 전의 초여름이었지만, 혼자 많은 짐을 쌓고 운반하시느라 두꺼운 수건이 땀에 흠뻑 젖은 모습에 마음이 계속 쓰였는데 그렇게라도 성의를 표하고 싶었다.
아저씨를 보내고 돌아와 집안을 둘러보았다. 공간을 가득 채운 물건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휴.. 내가 버릴 물건만 확실히 정리하고 왔어도 아저씨 부담도 덜어드리고 이사 시간도 훨씬 단축되었을 텐데.’
정리하지 못해서 생긴 물건이 부담과 후회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좀 버려야겠다.’
생애 처음으로 버려야 한다는 각성이 강렬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