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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달빛서재

모두가 주인공인 특별한 소설

피프티 피플 by 정세랑

by 에디터 휘서

Book review

피프티 피플



최근 몇 달간 가장 많이 읽은 작가 정세랑의 장편소설. 주변 인물의 이름을 재조합해 소설 속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참신한 구성이 매력적인 작가다. ‘나 그런 사람 50명쯤 알아.’라고 쉽게 쓰곤 하곤 50이란 숫자를 소설 속에 투입해 50명의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잡지 노블레스의 인터뷰를 보고 지레 밝은 이야기겠거니 혼자 예상했는데 병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병과 죽음의 모티브가 많았다. 그렇다고 내내 어두웠던 건 아니다. 다만 생각에 잠기게 하는 사회의 단면과 이면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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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시대 소설을 적게라도 꾸준히 읽는 것은 소설 또한 현재를 박제한 역사서라 생각하기 때문. 2016년에 출간한 이 소설도 어둡고 아프지만 끄집어내야 할 사건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 기억해야 할 과거도, 다짐해야 할 미래도.


50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인물은 양혜련과 진선미 및 이설아와 스티브 코티앙, 남세훈, 하계범이었고 가장 이질적인 전개는 윤창민이었다. 말미에 작가의 고백대로 실은 51명인 이 소설에서 만약 한 명을 지워야 한다면 내 선택은 윤창민 일 것 같다.
내가 위 인물들을 꼽은 이유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 관계의 탁월한 연결고리(양혜련과 진선미, 이설아와 스티브 코티앙), 상황 속 표정이 빙긋 웃음 짓게 하는 유머가 담긴 마무리(남세훈), 약자의 생생한 심리묘사(하계범)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를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시신 운송 기사의 하루, 황제 수감의 보편적 방식, 신약 실험 알바의 과정, 교도소 내 의료체계, 작업 현장의 환경을 점검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의 일상 등.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안전불감증, 어이없는 인재 등 일상화된 우리의 민낯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리고 결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옥시 가습기 사태도 자연스레 훅 들어온다.


소설을 덮고 나서 ‘소현재’가 작가의 페르소나가 아닐까 짐작했고 그의 멘토인 이호 선생의 따뜻한 조언이 작가가 믿고 싶은 위안이자 그럼에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이유라고 느꼈다. 낮고 어두운 곳에서 치열하고 고단한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 곁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희망을 일궈내는 인물들이 숨 쉬는 세계였다. 여러분도 사람을 향해 있는 이 소설 속으로 성큼 들어가 보길 바란다. 내가 사는 세상의 현재가 있을 것이다. 필시 마주할 것이다.



『 피프티 피플 』, 정세랑, 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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