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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wol Mar 03. 2024

책 혼디 어울령*

07. 도서관




여행을 좋아하고 잘 다니는 편이지만, 어쩐지 전 세계 모든 것의 중심인 뉴욕이라는 도시는 언제나 내 여행지로 선택받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보게 되면서 ‘뉴욕'이라는 곳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언젠가는 뉴욕을 한 번 가봐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다. 별 관심이 없던 나를 움직인 그 영화 속 장소는 123년의 역사를 가진 뉴욕 공립도서관로, 200분이 넘는 꽤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가 다양한 관광지와 식당, 카페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겠지만 나는 뉴욕 공립도서관 하나만으로도 뉴욕을 갈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겠구나 싶었다


과연 언제쯤 그 장소에 발을 내딛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도서관은 내 생활에 있어 책을 열람하고 대여, 반납하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가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도서관 이용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책을 읽거나 대여하고 반납하는 행위이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작가나 관심이 있는 책이 있으면 무조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방의 대부분을 책이 차지하게 되면서 빈 공간을 찾기 어려웠고 책장을 넘어 책상 그리고 바닥까지 스멀스멀 책으로 뒤덮였다. 본가를 떠나 생활하게 되면서 과감하게 정리에 나섰고 지금까지도 최소한의 책을 유지하며 미니멀리스트의 생활을 하는 ‘척'하고 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정말 너무너무너무 소장하고 싶은 책이 아니면 대부분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편이고, 반대로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사서 소장하기도 한다


또,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작가의 책만 주야장천 읽는 면이 있었다. 그건 비단 책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나오는 날의 모습이기도 한데, 한 작가의 한 권의 작품을 읽게 되면 그 작가가 낸 모든 책을 읽거나 소장한다. 그 작가의 작품 세계를 파악하게 되는 장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자칫 다양성을 놓치게 되고 만다. 그럴 경우에는 도서관에 가서 사서가 추천하는 코너나 시민들이 뽑은 올해의 책 코너를 기웃거리면서 타인의 취향을 살펴보거나 추천받기도 한다


책 대여와 반납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데, 나는 주로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해서 읽은 책의 또 다른 해석을 듣거나 읽을 책의 스포를 당사자에게 당하기도 한다. 관심 있는 인문학 수업을 수강하기도 하고 종종 선착순으로 모집한 불특정다수와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하며 운영 체제가 달라 곤란했던 프로그램을 다룰 때면 정보화시설이라는 이름의 PC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 얼마 되지 않는 날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활동도 가뭄에 콩 나듯 하기도 한다


제주에도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에 나왔던 뉴욕 공립도서관과 비슷한 공간이 있다. 제주시에 있는 북초등학교 내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북초등학교는 무려 100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학교 내에 도서관과 사용하지 않는 창고, 관사를 활용해 ‘김영수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개관했다. 동문인 김영수 님의 지원으로 재탄생하게 되면서 김영수 도서관이 되었고, 고즈넉한 실내 공간은 독서를 하기에 정말 최적화되어 있으며 강연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제주 도서관 중에 가장 좋아한다.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개관된 도서관이다 보니 관련 프로그램이 꽤 진행되고 있어 내가 모르는 제주의 어제를 알 수 있고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혼자 하는 것이지만, 읽을 책이 모여있는 도서관을 간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함께 하는 것이라는 생각 한다. 어쩌면 그래서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회적 소통을 동반한 지역 공동체의 허브로, 공공도서관의 가치와 역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라는 영화가 꽤 인상 깊었는지도 모른다


한자로 ‘그림 圖, 글 書, 집 館’이라는 쓰는 도서관은, 한자가 가진 뜻 그대로 글로서 세상만사를 그려내는 공간이지 않을까. 오늘도 뭐든 그려내기 위해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혼디 어울령 : ‘함께 어울려서'라는 뜻의 제주 사투리. ‘혼디'의 ‘ㅗ'를 아래아(・)로 표기하는 게 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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