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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wol Mar 03. 2024

야, 너도 68권 병렬 독서 할 수 있어!

07. 도서관




이번 챕터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자니 뻗어 나갈 갈래가 너무 많아 무슨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이름을 한 자 한 자 오도독 발음만 해도 기분이 좋고, 가는 길만 떠올려도 좋고, 공간 그 자체가 주는 안온함은 또 어떠한가. 어디를 가든 지불을 하고 내 시간과 경험을 사는 게 판이한 세상에서 동전 하나 들이지 않고 온전히 나랏돈으로 방대한 양의 자료와 그보다 더 방대한 시간을 한 공간에 붙박이로 보낸다 해도 눈치 주는 이 하나 없는 곳. 요즘 세상에 없을 것 같은 공간이지만 신기하게도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접근성이 어렵지 않은 곳. 책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의외로 조명, 온도, 습도가 다 달라 개성이 넘치는 곳. 바로 도서관이다


책이 가진 물성은 물론 책과 관련한 것이라면 덮어두고 호호호인 나는 은밀한 취미가 있다. 책의 물성을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책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울타리 아니 책장을 벗어난 책들은 최근 활발히 퍼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고 지지하)는 출판사 민음사 직원의 병렬 독서법과도 같이 내 책상 또한 다양한 탑을 여럿 쌓을 정도가 되니 무턱대고 신간을 구매하기엔 역시 조금 주춤하는 마음이 들고 마는 것이다. 해서 파생된 내 은밀한 취미는 집 근처 도서관 앱에 들어가 신간 서적 탭에서 관심 있는 신간이 입고되었나 서성대는 일이다. 앱이 아니라면 도보로 편도 15분 내외에 있는 도서관에 직접 방문한다. 사실 앱보다 이 편을 더 선호하는 편. 앱으로 신간 정보를 엿보더라도 어찌 됐든 책을 집어 빌려 오는 일은 당연하게도 직접 도서관에 방문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입장하면 바로 몇 걸음 떼지 않아 시선이 금방 닿는 곳에 책장 두 개가 솟아 있다. 바로 신간코너. 나는 곧장 여기로 직행해 갓 출간 돼 도서관으로 온 신간들을 구경한다. 대부분의 도서관 모두 신간코너 또한 한국십진분류법*에 따라 분류되어 있어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 혹은 관심은 없지만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의 신간이 분류돼 있어 한방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라 집을 수 있다. 신간코너를 애용하는 이유를 도서관 보유 책이지만 새 책 컨디션의 도서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만 나는 좀 다르다. 앞서 이야기했듯 도서관의 방대한 책, 여러 분류가 단 몇 초안에 파악 가능하고 때문에 두어 개의 책장 안에서 여러 분류의 책을 한 방에 고를 수 있다는 이점이 내겐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뭐, 도서관까지 갔는데 책장 사이사이 걷는 게 귀찮아 그런 건 아니고... 진짜 아니고. 신간들을 통해 작금 트렌드 읽기도 용이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민음사 직원의 68권 병렬 독서법 간증처럼 한 번에 여러 분야의 책을 양심의 가책 없이 맛보기엔 도서관 신간코너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 또한 병렬 독서법 호소인이다. 68권까진 아니어도 내 책상에 나름의 분류로 쌓여 있는 책 탑과 어딜 가더라도 책 두 권 이상은 챙기는 호기로움*(여기에선 국어사전 호기롭다 2번 뜻으로 사용됨)을 지녔기에 도서관 신간코너는 내 욕망의 바구니를 채워주기도, 덜어주기도 하는 마중물인 셈이다. 신간코너를 통해 내게 선택된 책들을 마구 병렬 독서한 뒤, 내 심장을 강타한 책들은 다시 온라인 서점이나 오프라인 책방에 직접 가 우리 집 책장엔 못 들어가고... 책상 위 또 다른 책탑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1. 이 책 저 책 다 사고 싶고 다 읽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로 2. 집 근처 도서관에 간다. 3. 가서 신간코너를 스캔한다. 4. 여러 분야의 책을 집어 읽어 보고 요놈은 내 거다! 싶은 책들은 5. 도서관에서 앞 몇 장만 읽어도 사고, 혹은 다 읽어도 산다. 이렇게 도서관은 내가 지불할 책에 대한 멍충비용을 현저하게 줄여주고, 우리 집 서재의 로튼 토마토 지수를 신선하게 유지시켜 주는 보안관인셈이다. 이렇게 매력적인데 도서관 대체 외 안가... 제발 가...


도서관이 병렬 독서법을 훌륭히 발현시켜 줄 매개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과 별개로, 소개하고 싶은 서울과 서울 근교의 도서관 이야기는 지면 관계상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내가 서울과 서울 근교에서 픽한 내 마음 속 도서관 베스트 뜨리는 언젠가 필시 공개됩니다. 투 비 컨티뉴드...




* 호기롭다 : 형용사) 1. 씩씩하고 호방한 기상이 있다.  2. 꺼드럭거리며 뽐내는 면이 있다

* 한국십진분류법 : 모든 도서들을 그 주제에 따라 우선 크게 10가지 유형, 즉 총류 · 철학 · 종교 · 사회과학 · 어학 · 순수과학 · 응용과학 · 예술 · 문학 · 역사서로 나누고, 다시 이를 10가지로 세분하기 때문에 십진분류법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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