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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wol Feb 23. 2024

매일 운동 톺아보기

06. 운동




이 이전에 내 인생에 운동이라고 할 만한 이벤트는 크게 다섯 번 정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열심히 다녔던 수영이 그 첫 번째. 그렇지만 수영보다 같이 다니는 같은 반 남학우와 희희 거리는 것이 좋아 희희 거리고 다닌 기억이 더 크다는 것을 밝힌다. 그래도 자유형과 배영은 하고, 보란 듯이 접영과 다이빙은 (배웠음에도)못한다


두 번째는 20대 초반의 조깅. 매일 저녁 일정한 시간 집 앞 조깅코스로 나갔다. 꾸준히 4개월 여 진행했고, 5개월째 관뒀다. 늦가을-초겨울까지 했는데 3개월까지는 1 그램도 감량되지 않았다. 그러다 4개월에 접어들자 기적적으로 감량되기 시작. 그러나 나만 느끼는 변화(...)였고 다른 이는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겨울이 다가올수록 땀 내기가 힘들고, 나가기 힘들고, 다 맛있고. 그래서 조깅 의욕 감퇴. 자연히(?) 중단됐으나 내 인생사 꽤 꾸준히 운동한 이로운 경험으로 기록된다


세 번째는 졸업 후 다시 수영. 그나마 한 달 다녔고 너무 오래 쉰 후 자유수영이어서 그랬는지 모든 기술이 애초에 수영을 모르는 사람으로 퇴화. 그래도 혼자 좋다고 술 마신 다음날에도 새벽같이 가 발을 찬 결과 허리 통증 얻고 장렬히 끝냄


다섯 번째(네 번째 운동은 여섯 번째 운동과 이어지므로 뒤에서 이야기한다)는 일 하면서 시작한 헬스. 찌다찌다 너무 쪄 난생처음 헬스 끊고 한 달 다녔다. 6개월 끊으면 응당 저렴했으나 6개월 응당 할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의지조차 없었음. 그래도 헬스를 통해 러닝과 약간의 웨이트를 병행하며 운동에 대한 깨재미, 정확하게는 유산소와 웨이트에 대한 콜라보를 조금씩 느끼게 됐고 이 원동력은 무려 3개월 여 후에 추진력을 얻게 된다


네 번째는 지난해 여름 반짝 스트레칭. 홈트레이닝 교과서인 이소라를 시작으로 강하나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인데 강하나... 가 압권이었다. 하다가 사지가 떨려 너무 힘들었는데 강하나 님은 특유의 결코 가빠지지 않는 호흡과(당연하겠지만), 유별나게 느린 호흡(이건 진짜)으로 내 호흡을 멎게 했...  산소 공급이 모자란 스트레칭으로 너무 힘들어서 조금 하다가 관둠. 그러는 와중 강하나에 내성이 생긴 나머지 강하나를 넘어 서양 유튜버를 찾기 시작하는데, 여기가 내 여섯 번째 운동 이벤트. 그리고 이 글은 그 운동에 대한 이야기다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했다. 무슨 운동을 했냐. 레베카 언니의 <마일리 사이러스 섹시 래그>. 17여 분의 유튜브 동영상이고 홈트레이닝이다. 악마의 운동으로 불린다는데 지난여름 레베카 언니 만나고 저승사자와 저승문 앞에서 하이파이브 마이 했다. 더 이상 내 몸뚱이를 내버려 둘 수가 없고 이러면 안 될 것 같고 큰 일 날 것 같아 시작했다.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진행한다. 처음에는 17분 여가 더 걸렸던 것 같고 이후에는 동작이 몸에 익어 17분이 채 안되기도 했다. 진짜 몸이 피곤해도, 놀다가 자정을 넘겨도 했다. 무조건 했다


내가 이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언제어디서든하루  약간의 시간만 들여도   있다는 . 17분 여라고 해서 가뿐한가 묻는다면 지금도 단연코 놉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체 중심 운동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유산소 운동효과도 주는 것 같은데 검증된 바는 없음. 이 운동을 하고 알이 드세지긴 하는 것 같지만 그 부분은 스트레칭을 통해 꼭 풀어줄 것. 나는 특히 무릎과 허리가 안 좋은데, 스쿼트나 런지가 무릎과 허리에 안 좋을 것 같다는 운동 똥멍청이의 예상은 빗나갔다. 외려 강화되는 부분이 있는 듯. 예전에는 오후가 되면 허리가 아파서 걷지도 못하고 쉽게 지쳤는데 현재 그런 증상 줄었다. 오후 6~7시쯤 느끼던 피로감이 오후 11시는 돼야 느껴진다 


이 증상이 심했던 게 인바디 재보니 응당 고혈압일 줄 알았던 내가 저혈압(진짜 충격이었다)이었고 무기질이 평균 이하였다. 오후만 되면 급격하게 피로했고 짜증을 엄청 부렸다. 그게 싫어도 정말 힘들어서 안 지치고 안 짜증(?) 일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운동을 통해 이 증상이 호전됐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후 11시는 돼야 피로감이 느껴지고 현기증도 없다. 저녁만 되면 무조건 DANGER을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한 마리 위험한 하이에나였는데 지금은 그것도 없다. 안 먹어도 됨. 그렇다고 DANGER 안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님. 정말 아님. 이 부분 단호하다. 운동 초반에는 오히려 더 배고프고 더 먹고 싶고 여전했는데, 50일 차에 가까워져 올 수록 내 피붙이 같던, 시방 한 마리 위험한 짐승 같던 식욕이 조금씩 컨트롤 가능해졌다.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먼 산)


매일 운동으로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와 다른 내가 됐다. 애플의 피트스와 건강앱을 통해 매일 내가 정한 일정 칼로리를 소비해서 축적된 동그란 원이 차곡히 쌓여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이달의 뱃지를 수여한다. 이게 여간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뱃지나 메달은 아니지만 한달동안 열심히 했다는 방증같아 더없이 보람차다. 이렇게 꾸준히 뭔가 해 본 경험도 처음이고, 그 결과가 천천히, 오롯이 나온 것도 너무나 소중하다. 이 경험이 나에게 질펀하고 좋은 거름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그 거름을 밥으로 삼아 더 열심히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운동할 것이다. 해서 또다시 흡족한 결산과 두둑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당장에 나에게 상을 하나 줘야지. 미래의 나야 기대해~

수치는 수치고 연연하지는 않는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지속해 보고 느끼는 점은 사람마다 방법도, 속도도 다르고 느끼는 점도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 속도가 맞는지, 앞으로도 이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하게 아는 것이 있다면 나는 나대로 계속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믿고, 내 시간들을 믿는다. 그것만 믿는다

건강하자. 하루하루 행복하게 열심히 살 것이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운동을 해야지. 그리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야지. 그러면서 나를 토닥여야지.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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