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명화 Apr 20. 2019

주말엔 고궁이지

운현궁

종로에 산지 11년차. 

도심에 살아서 번잡한 것도 있지만,  가을의 고궁은  어느 여행지보다 만족스런 기분에 취하게 만든다. 내책 <계동길 로맨스> '고궁의 사계'를  처음에 다룬 것도 그런 이유이다. 


종로에는 5 궁궐이 모두 모여있지만, 그중에서도 크기가 아담하고 방문객이 많지 않아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은 곳이 바로 운현궁이다. 

운현궁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나무를  나는  무척 좋아한. 해마다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 나무 한그루에 다양한 초록색 보이고, 그늘 밑에 앉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경복궁, 창덕궁처럼 관람객이 넘치진 않지만, 한복을 입고 추억을 남기려는 이들의 발길은 이어진다.

흥선대원군의 사가로서 ㅁ자 한옥이 우아하게 자리해있고, 세월과 함께 자란 나무와 꽃들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중첩되는 문들,  너머로 보이는 정경이 마치, 한폭의 그림 같아서 좋아한다.

뒤란 옆의 땅은 인적이 닿지 않아 민들레꽃, 제비꽃이 곳곳에 피어 산에  듯한 착각이 든다. 일부러 꾸민 정원이 아닌 자연이 만든  무심함이 좋다.  가을이 되면  뒤란에 도토리,  같은 것들이 툭툭 떨어져 있는데 시골에 온듯 미소를 짓게 된다.

편안한 사람과 운현궁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인사동으로 걸음을 옮겨 된장비빔밥을 먹었다. 주말에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마음의 위안이 되는 장소들이 가까이 있다는  종로살이의 매력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그넘 인 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