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천안유관순평화마라톤 10km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독립기념관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에서 수없이 다짐했다. 첫 10km 대회를 마치고 약 한 달이 흘렀다. 목표는 걷지 않기, 욕심을 낸다면 60분 안으로 들어오기다. 나름 한 달간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녔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오늘을 위해 어제는 밥도 많이 먹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시작이 좋다. 내리막길이다. '오버페이스만 하지 말자.' 내 페이스가 몇인지도 모르면서 전력질주만 아니면 오버페이스가 아닌 줄 알았다. 지난 대회에서 걸어버렸던 2km 구간을 가뿐히 지나쳤다. '성장했네 오현준.' 여유로웠다. 이제 8km밖에 남지 않았다.
"저게 뭐야?"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새어나왔다. 눈앞에 산이 있었다. 4km 안내판 뒤로 끝없는 오르막길. 설마 아니겠지, 돌아가는 길이 있겠지. 아니었다. 의지가 꺾였다. 걷지 말자는 목표도 생각이 안 났다. '나는 평지를 뛰는 게 마라톤인 줄 알았지.' 주변을 돌아보니 나만 걷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고 다시 뛰어봤다. 오르막길은 내 생각보다 더 이어졌고, 이제는 주변에도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걷는 사람이 보이니 나도 걸어도 되겠다 싶었다.
업힐과 반환을 지나 다시 언덕 꼭대기. 결승선까지는 내리막과 평지만 남았다. 내 주위 러너 중에 내가 제일 잘 뛴다며 최면을 걸었다. 한 사람이 추월하면 다시 그 사람을 쫓아갔다. 정신력 싸움이었다. 마지막 1km는 멈추지 않았다.
1:04:52. 겨울 특훈이다. 2025년에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