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이 된 해 어느 1월에 기록한 일기
2021년 1월 4일
치열한 전투, 참을 수 없는 먹먹함
피어오르던 원망은 언제쯤 사라지려나
지침과 처량함을 한껏 느낀 시간이었다
사소한 시그널들이 그렇게 다시 찾아왔다
그날 자정은 고요했고 괜한 서운함에 집으로 가던 길, 통화 중 눈물을 흘렸다.
이슬이 범람하려다 눈동자 끝에 살짝 맺히다 멈춰버린, 그렇게 눈물을 다시 밀어 넣어본다
입 밖으로 차마 꺼내기 어려운 정제되지 않은 슬픔이었다. 솔직함과 침묵 그 두 단어 사이 어디쯤-
급정거라도 하듯, 두 발가락 사이에 깊은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잔잔한 두통은 자꾸 나의 눈꺼풀 위로 올라왔다. 새근새근 단잠을 들기도 아쉬운 밤이건만, 세 시간을 채 잠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시 큰 숨을 내쉬며 토라진 감정을 게워낼 시간이다.
하염없이 이런 푸념을 들어줄 누군가가 그날 새벽 필요했는지도 모르나, 없었다.
요즘 싱가포르는 비가 많이 온다
그날 아침도 회색빛 아침이 창문 너머 나를 깨웠다
잔잔한 폭풍이 그렇게 한 밤 또 지나갔다
겹겹이 쌓인 시간 속 스미는 겨울,
부디 안녕한 날들이길, 적적한 안부를 묻습니다
때론 영악하고 적당한 이기심과 함께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는 27살이 되길.
명확한 지도 하나 없는 이곳에서 스스로에게 애정을 가지기도 속을 썩이기도, 아니 그럼에도 아껴줄 수 있는 내가 되길. 삶의 행복과 아픔을 굳이 무게를 재어 가늠해보았을 때 행복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길.
무언가에 짓눌려 울음을 터트리는 날에도 어금니를 물고 다시 웃을 수 있는 밝음을 지니길
음, 평소 같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말이다
구탱아, 오늘은 오랜만에 보고 싶은 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그토록 철없고 어렸던 우리가 어느덧 20대 후반이다
제법 성숙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부질없는 허무함도 가벼운 웃음으로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 모난 것들 투성이라지만, 여태 잘 이겨냈다
찬란한 우리 이야기가 작고 검은 필름이 되어 따스함이 깃든 영화로 탄생할 수 있다면, 가늠할 수 없는 아련함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함께 먹던 학교 앞 알밥 집이 그리운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