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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LOG Dec 05. 2021

[일기] 2021년 겨울, 시시콜콜한 끄적임 모음

잠 못 드는 2021년 1월-2월, 의식의 흐름 속에 작성한 나의 일기

2021년 1월 9일

<방전>


어떤 기기든 배터리가 방전이 되면 우린 충전을 한다. 그러나 그 방전이 계속된다면 때가 왔음을 뜻한다.

1) 버리거나 2) 새로 바꾸거나

암묵 속에서 방향은 정해졌고 시계 분침이 걸음을 뗄수록 그것은 아주 또렷해졌다.


우리의 한탄은 그저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였을까 아님 자기 방어? 때론 고립을 자처하는 메아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없는 우위를 만들다 보니 잘못된 착각을 낳기도 했으며 입맛대로 정답을 만들려다 보니 마음을 꽁꽁 묶어버린 날도 있었다.  우린 각각 다른 삶의 무게를 가졌는데 말이다.


동굴로 들어가 숨어도 결국 지독한 현실 앞에 모순적인 미소를 남기는 날도 있었다.


2021년 1월 24일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며

뜨뜻하게 가열된 온수 같은 날들이었다. 주말 동안 마주한 소설 속 몇 문장이 나를 닮아 웃기기도 일부는 아프기도 했다. 희미하게 옅어진 상처 위에 아주 고운 설탕과 소금을 마구 뿌리듯.


모든 건 예정보다 더 빠릿빠릿 준비되었다. 성급하거나 분주하게 소란스럽진 말아야지.

아스팔트 위 무방비 상태로 삭힌, 그저 유유자적 대책 없는 시간들이 아닌, 단단하지만 보통의 나날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엉겁같은 시간 속에 바람 빠진 풍선 같은 미완성의 오늘이지만,  언젠간 미동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굳은살이 단단히 박히는 날도 올 거요. 그렇게 이제는 흙구덩이 속, 자그마한 틈 사이에서 애써 소진되지 않길-

미로같이 애매한 감정이 생경할 정도로 마음에 가득 찼다.

 

"그래, 오류 하나 없는 완벽한 세상이 어딨겠어."

눈을 감고 침대 위에서, 이 유연하지 않은 팔다리를 쭉 늘어뜨리며 출구를 찾아보기로 한다.

바스락바스락- 밑바닥까지 쭉 내려가다 보면, 불협화음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꿀 수 있는 출구가 있을 거다. 저장해두었던 기억을 꺼내다 보니 보류의 시간은 지나갔음을 깨닫는다.


에휴 고민 그만! 오늘 달이 꽤 환하다. 즐거운 저녁 보내자.


2021년 2월 2일
출처 : 와인 인스타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오늘 처음 Clubhouse의 멤버가 되어 이리저리 앱을 살펴보다, 언어의 정원을 운영하시는 한 모더레이터의 room을 듣게 되었다.


여기는 새벽 2시- 그러니 한국은 새벽 네시일 텐데, 잠 못 이룬 이들의 사랑이야기를 줄지어 듣다 보니 일부는 공감하기도, 일부는 어렴풋이 고민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얽히고 또 스미는 어떠한 취향과 추억들을 되새겨본다. 온수 속의 밤이다.


2021년 2월 3일
2019년 2월 17일 직접 찍은 사진

광화문에서 살았을 때 자주 갔던 라끌레 재즈카페. 오늘은 이곳이 유난히도 그리운 날이다.


함께 갔던 소중한 이들. 다른 장소, 다른 일상. 오늘은 그들에게 시시콜콜한 안녕을 부르며 잦은 안부를 전하기로 한다. 사력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준 너에게, 나에게.


두런두런 나누었던 대화들이, 얼마나 고운 하루를 만들어주던지. 당시 무방비 상태의 나를 긴장에서 도망가도록 곁을 지켜주었다.


결론은, 귀한 이들 옆에 나도 센스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밤이다.


2021년 2월 25일

<영화 새해 전야를 보고>


세상에 어느 하나 표준이란 건 없었다. 대신 나에게 맞는 행복이 있고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그저 어디서든 자연스레 융화되고 어떤 빈칸에서든 단순히 스며들 수 있는 행복이었다면, 나도 으레 그 만인의 행복을 좇아갔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간 알았을지도. 그런 빈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행복을 추구하면, 결국은 졸졸졸 새 나간다는 것을.  


요 며칠, 가혹하다 느낀 이 세상에, 속절없기 그지없는 시간이었다. 나는 또 왜 저 넓은 바다를 보지 못하고 숲을 등진채 땅만 보고 있는지-


그러다 퇴근 후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찾았던 극장에서, 따뜻한 미소로 마무리했던 한국 영화였다.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의 품지 않은 희망 속 애틋이 피어오른 잎사귀 하나가 잔잔히 마음에 남아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어떤 걸 위해 살아가는가, 나의 행복은 무엇인가, 고민해보았던 시간- 아쉽게도 여전히 답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전에는 터무니없는 기준으로  보였던 이들의 행복을 포용으로 존중하기로 했다. 흩어진 조각들을 한 걸음씩 걸어 음미해나가면 미화된 행복이라도 오래 예쁘게 마음에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염려나 근심은 내려두는 밤이길. 편안히 잠들고 어여쁜 햇살에 눈 뜰 수 있는 아침이 오길. 

반복되는 역경과 모진 풍파는 곧 사라질 터이니 삶이라는 기행에서 부디 덜 아프길.


새해에는 우리 더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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