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아바타 불과 재 감상문

by 오윤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 시리즈 〈아바타〉가 다시 돌아왔다. 전작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한 지 3년 만에 공개된 〈아바타: 불의 재〉는 먼 미래, ‘판도라’라 불리는 행성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판도라’ 행성에는 ‘나비족’이라 불리는 원주민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이 행성에서 자원을 얻으려는 인류는 ‘아바타’를 이용해 그들과 교류하며 점령을 시도한다. 그러나 ‘아바타’ 요원 중 한 명이었던 ‘제이크 설리’의 배신으로 인류의 계획은 큰 좌절을 맞는다.


시리즈는 ‘제이크 설리’를 중심으로 ‘나비족’의 삶과 ‘판도라’의 생태계를 압도적인 기술력의 그래픽으로 구현하며, 관객들에게 마치 그 세계에 직접 들어간 듯한 체험을 선사해 왔다. 이번 〈아바타: 불의 재〉는 전작 〈아바타: 물의 길〉에 이어 ‘숲의 부족’을 떠나 ‘산호초 부족’에 합류한 ‘설리 가족’이 가족 구성원을 잃은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나비족’과 인류의 갈등 속에서 그려낸다. 과연 〈불의 재〉는 어떤 새로운 볼거리와 감정으로 관객들에게 또 한 번의 신선한 경험을 안겨주었을까.

하늘을 나는 상인 ‘바람 상인’

아바타 3인가

——아바타 2.5인가

<아바타> 시리즈의 가장 큰 강점은 화려한 그래픽과 복잡하지 않은 서사 구조에 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만큼, 최대한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야기를 단순하게 가져가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바타: 불의 재〉에 대한 평가는 다소 갈릴 수밖에 없다. 1편은 이전에 없던 3D 기술로, 3년 전 개봉한 2편은 차원이 다른 수중 세계의 구현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체험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번 3편은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선함이 덜하다고 느끼는 관객도 많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요소로는 ‘바람 상인’과 재의 부족인 ‘망콴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영화 초반 분명한 인상을 남긴다. RPG 게임을 연상시키는 ‘바람 상인’의 비행 신은 다음 시리즈에서의 세계관 확장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또한 ‘바랑’이 이끄는 재의 부족, ‘망콴족’ 역시 매력적인 존재다. 등장부터 ‘판도라’행성의 공적처럼 등장한 이들은 ‘재의 부족’이라는 이명답게 불화살 공격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었다. 또한 이들의 서사 역시 매력적이었다. 일반적으로 ‘판도라’ 행성에선 모든 ‘나비족’이 ‘판도라’의 이그드라실과도 같은 존재인 ‘에이와 신’을 숭배한다. 고난과 역경조차도 에이와 신이 주신 시련이라고 ‘나비족’들은 믿는다. 하지만 ‘바랑’은 다르다. 그녀는 처음으로 등장한 ‘에이와 신’을 부정하는 ‘나비족’이다. 여기서 그녀와 ‘망콴족’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다른 ‘나비족’과 적대하며 인간과 동맹을 맺는 선택을 내려 기존 시리즈의 ‘나비족’과 분명한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쿼리치’ 대령과 손을 잡은 ‘바랑’과 ‘망콴족’은 시리즈에 새로운 구도를 그려냈다.


다만 제목이 ‘불과 재’ 임에도 불구하고 극의 상당 부분이 수중 전투에 할애되고, 후반부로 갈수록 ‘망콴족’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작들과는 다른 경험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특히 그렇다. 이 지점에서 앞으로 이어질 <아바타>의 후속작들이 과연 또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체험을 관객에게 제시할 수 있을지, 기대와 함께 우려가 동시에 남는다.

새롭게 등장한 재의 부족 망콴족과 이를 이끄는 ‘바랑’

정체성은

———고를 수 없는 걸까?

<아바타>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 1편에서 ‘제이크 설리’가 겪은 갈등은 인간과 ‘나비족’ 사이에서의 정체성 혼란이었다. 2편에서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낯선 공동체에 스며들어야 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 갈등이 중심에 놓였다. 그리고 〈아바타: 불의 재〉에서는 이 정체성의 문제가 더욱 심화된다. ‘설리’ 가족은 전편에서 가족 구성원을 잃는 큰 사건을 겪는다. 이 상실은 가족 구성원 각자에게 서로 다른 형태의 트라우마로 남는다. 부모로서 자신의 선택과 책임에 회의를 느끼게 된 ‘제이크’와 ‘네이티리’,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며 ‘에이와’와 자신 사이의 관계를 혼란스러워하는 ‘키리’, 인간임에도 ‘나비족’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스파이더’까지. 이번 작품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이전보다 훨씬 세분화되고, 정체성이라는 주제가 보다 입체적으로 다뤄진다.


한편, 〈아바타: 물의 길〉부터 본격화된 ‘쿼리치’ 대령의 정체성 문제 역시 이번 영화에서 이어진다. ‘쿼리치’ 대령은 무려 세 편에 걸쳐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며 시리즈를 관통해 왔다. 전작에서는 ‘제이크’와 같은 나비족의 모습으로 재등장하며 캐릭터의 소모를 어느 정도 상쇄했지만, 세 번째 영화에 이르러서는 그에게서 예전과 같은 압도적인 위압감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워진다.


오히려 이번 영화 초반에 잠시 암시된 ‘제이크’와 ‘쿼리치’ 대령 사이의 새로운 구도— 기존의 단순한 대립이 아닌, 서로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장면—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 지점에서 아바타 시리즈는 쿼리치를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아바타 시리즈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진다. 타고난 모습 그대로 당연시 믿어왔던 정체성 대신, 제이크 설리가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번 〈아바타: 불의 재〉에서는 그 선택의 기회를 쿼리치 대령에게까지 확장한다.


쿼리치 대령은 반복해서 부활하며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인물이 아니라, 나비족의 몸을 갖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누구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영화는 그에게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 끊임없이 선택의 가능성을 남겨둔다. 그 과정에서 관객 역시 자신의 정체성이 주어진 것인지, 선택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에 〈아바타: 불의 재〉는 완벽한 체험의 영화라기보다, 정체성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남겨주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우리가 당연시해 왔던 정체성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여전히 매력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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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3: 불과 재_ 아바타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_아바타 3: 불과 재 감상문_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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