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살이에서 제일 힘든 달을 꼽자면 11월과 2월이다. 11월에는 10월말에 썸머타임이 끝나고 안그래도 5시면 어둑해지는 선셋타임이 한시간 당겨지는데다가 일년동안 이나라 가뭄을걱정할 만큼 드물게 내리던 비가 그렇게 내린다. 가장 아름다운 10월초의 부다페스트를 미워하듯 갑자기 겨울이 찾아오고 하루종일 흐리고 비는 흩날리고 햇볕을 맞는 날은 손에 꼽는다. 그렇게 3개월의 긴긴 겨울을 지냈으니 이제는 봄이 오겠지 오겠지 하면서 간절히 창밖을 내다보게 되는 2월은 꼭 끝없는 터널처럼 그 우중충한 날씨를 연장한다. 너무 급히 찾아오는 겨울과 도무지 끝나지 않는 어두침침한 겨울의 달. 11월과 2월이다.( 이글을 쓰는 12월초에도 일주일째 해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헝가리에 2월 말에 도착했고 첫 주말을 지내자마자 동네 사립유치원에 아이들을 입학시켰다. 헝가리 기준 2학기도 이미 훌쩍 지난시기에 말도 못하는 동양아이 두명을 받아준 유치원원장님께 지금생각해보니 참 참 감사하다. 첫날부터 한국에서 입혀온 패딩을 입고 아이들은 유치원에 갔는데 선생님이 바로 다음날 등원을 위해 실내화를 준비해오라고 하셨다. 곧장 동네 백화점에 신발코너에가서 실내화라고 적힌 여름신발같이 생긴걸 사서 보내며 고개를 갸우뚱 했었다.나중에 알았는데 헝가리는 겨울에는 겨울용신발을 신는다. 바닥이 젖는 일이 많고 공기가 차니 발목이 올라오고 바닥이 두꺼운 겨울신발을 신는데 이 신발은 실내에서 종일 신고 있기가 불편하니 실내용 편한 신발을 갖고 오라는 것이었다.(하절기에는 실내화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렇게 헝가리는 이 우울하고 추운 겨울을 나는데 꼭 필요한 월동의복'이 있다.
지금 얘기한 발목을 감싸는 신발이 1번이라면 2번은 모자다! 한국에서 아아들이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고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막상 방한을 위해서 모자를 써본일이 거의 없었는데 여기서는 필수품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정말 비가 자주 내리는데 우산은 정말 드물게 사용하는 이들의 문화도 한가지 이유일것이고 머리와 목덜미, 발목이 추위에 노출되면 정말 추운거라는 강한 인식이 있는게 분명했다. 이걸 모르고 아이들이랑 외출을 하는데 옆집에 사시던 팔순이 훌쩍 넘은 노부부가 아이들을 붙들고는 모자쓰고 나가라고 손짓발짓을 하신다. 꼭 추운날 맨발에 쪼리신고 나가는 사춘기 아이들을 말리는 엄마의 다급함이 묻어났다. 그 즈음 아이들의 첫 소풍 기념사진이라고 유치원에서 사진을 받았는데 남편과 나는 입을 떡 벌리고 허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비니를 쓰지 않은 두명의 어린이. "여기를 보세요"를 못알아들은 두명의 동양꼬마의 매우 어리버리한 포즈를 보니 웃픈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두 아이들은 이제 누가 말하지 않아도 겨울신발을 신고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 외출한다. (충격적인것은 이 월동용품을 정말 너무 심히 가끔 세탁한다.ㅜㅜ)나도 주섬주섬 모자를 쓰지 않고 나가면 뚜껑 안닫은 쓸쓸함을 느끼는 거보니 꽤 오래 살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