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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Feb 07. 2020

임신, 출산, 육아는 남편과 나의 몫

남편을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하게 해주세요

엄마가 나를 임신하였을 당시, 입덧이 너무 심하여 ‘남편 밥을 해줄 수가 없어서’ 남편을 시갓집에 보내고 본인은 본인의 어머니 댁에서 3개월간 요양을 하였다고 한다. 아니, 아빠가 애도 아니고, 하다못해 사먹을수도 있지 않나? 심지어 출산 후에도 내가 새벽에 너무 운다고 아빠는 종종 시갓집에서 잠을 자고 왔다고 한다. 내가 엄마‘만’의 아기인가? 본인의 아기이기도 한데. 진짜 기가 막혔다.     


이것은 무려 30여 년 전의 이야기이다. 요즘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엄마 뿐 아니라 많은 임산부들이 여전히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feat. 맘카페)      


결혼이란 무엇인가, 배우자와 새로운 삶을 함께 시작하는 것이다. 힘들어도 행복해도 오롯이 남편과 함께 그 희로애락을 나누는 것이 1순위여야 한다. 그런데 왜 많은 여성들은 아직도 임신이나 출산, 육아의 고통을 남편이 아닌, 애꿎은 ‘친정엄마’와 함께 하는 것일까?          




아이를 낳기로 한 것은 전적으로 나와 남편의 결정이었다. 우리 둘의 힘으로 아이를 양육해낼 자신이 없었다면 애초에 낳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랜 합의 끝에 우리는 자녀를 1명 정도는 양육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계획했던 시기에 맞춰 임신을 했다.     


입덧이 심해서 3개월째 누워만 있게 된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긴 했다. (육아를 하면... 더 많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겠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는 몸과 마음이 병들어 참 힘들었지만, 남편 덕에 견딜 수 있었다. 이런 남자의 아이라면 지켜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침대 밖으로 기어 나오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죽을 끓여놓고 출근하고, 퇴근하면 부리나케 달려와서 나를 보살폈다. 장기입원으로 인해 병원의 죽이 지겨워지자, 매일같이 죽을 사다 날라주었다. 나는 세제의 냄새만 맡아도 토를 하다 보니 빨래와 청소도 물론 남편의 몫이었다. 내가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힘들어했을 때는 남편이 여러 번 휴가를 냈다. 우리 둘의 아이이니까. 우리 둘이서 책임을 진 것이다.     


반대의 상황이 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가 일하느라 바빠서 남편을 돌볼 새가 없으니, 남편에게 시갓집에 가서 좀 쉬다 오라고 할까? 아니다. 내 일을 정리하면서라도 남편을 돌보는 것이 1순위이다.      




임신, 출산, 육아. 이 모든 것은 나와 내 배우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이 생길 경우, 제1보호자는 배우자이다.


애초에 배우자를 믿지 않고 친정엄마와만 꽁냥꽁냥하면서, 맘카페에 ‘저희 남편은 왜 이렇게 청소도 안 할까요?’를 푸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남편이 초등학교만 졸업했어도, 청소. 요리. 세탁기 기타 등등은 다 금방 배울 수 있다. 안 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이 애를 잘 안 돌본다고? 그럼 남편과 애를 단둘이 집에다가 며칠만 두어라. 애초에 '남편은 애 잘 못봐'라고 생각하며 아이를 전적으로 엄마가 끼고 돌아서, 남편과 아이 사이에 애착이 생길 겨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집은 남편과 나의 집이고. 이 아이는 남편과 나의 아이이다.

남편은 나의 동반자이지, 내가 키워야 할 어린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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