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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포동굴 Apr 29. 2022

Project. A-Nook House

두 가구가 함께 사는 “따로 또 같이” 아늑-하우스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이 집에서 최소 10년 이상은 거주하겠다는 굳은 다짐이다. 그래서 아파트에 입주할 때와 다르게 집의 컨셉부터 잡고 들어갔다. 흠… 이건 마케팅하면서 쌓아온 직업병 같은 것이려나?


건축가 분들께 우리가 원하는 집이 어떤 집인지 설명할 때 이리 말한다.


저희 집 이름은 "A-Nook House, 한글로 말하자면 아늑 하우스"입니다. 두 가구가 함께 살 예정이며 “따로 또 같이”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메기자면 따로>>>같이 겠어요.


실제 작명은 남편의 아이디어인데 - 이 자리를 빌어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집 컨셉을 아주 멋지구리하게 만들어 준 남편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며 - Nook는 아늑하고 조용한 곳이라는 뜻이다. 인스타그램이나 구글에서 #Nook 키워드로 이미지를 검색해보면, 보통 구석에 규모는 작아도 아담하고 따스한 아지트와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집도 이러했으면 좋겠다. 아지트 같은 느낌? 즐거우면서도 편안하고 지친 내 몸을 쉬어갈 수 있는 공간.


� What does #nook mean in a house?                        

A nook is a cozy little corner or a small, safe area. A nook in the library can be a nice place to sit and read. If you have a "breakfast nook" in your kitchen, you know it's a space set back from the main room, maybe built into a corner or under a window, where you can sit at a small table.

(https://www.vocabulary.com/dictionary/nook)





▲ nook 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들

jessicanelsondesign ⓒmaisoninc ⓒEmily Henderson Design ⓒChango & Co. 




이 컨셉에 대해서는 건축주 4명이 모두 동의하는 바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각 구성원들이 원하는 집을 이야기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그리고 포기가 잘 안 되는) 한 명의 개인이자 와이프이자 며느리이자 엄마인 내가 원하는 집



1. 아늑하고 편안한 집

집은 우선 편안해야 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공간.


2. 밝았으면 좋겠다

빛과 바람이 잘 들어 낮에는 딱히 조명을 켜지 않아도 밝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여름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따스한 난로 같은 집. 그러나 너무 하얗고 모던한 갤러리 같은 집은 아녔으면 좋겠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집이면 좋다.


3. 동시에 재미있고 다이내믹한 집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로서 가장 큰 불만사항은 집 안 구조가 단조롭다는 것이다. 특히 아기를 낳고 나서 집 안에 어찌 보면 갇혀 지내는 시간도 많아졌는데, 원체 집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가가 70일 정도 되자마자 바로 유모차를 끌고 매일 근처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관리비만 내면 모든 것을 편하게 관리해주는 아파트를 벗어나서 굳이 주택을 짓겠다면, 그 집에서의 삶이 다채롭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 같은 파워 E 형의 사람이 집에만 있어도 단조롭지 않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혹자는 재미있는 취미를 알아서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 할 수 있는데, 나는 공간이 주는 힘이 매우 크다고 믿는 사람이다. 공간 설계 자체가 그렇게 되어있으면 더욱 나 자신을 다이내믹하게 이끌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재미있는 집은 아이에게 특히 중요하다. 아이에게 집 안팎이 모두 재미있는 놀이터가 되면 좋겠다.(물론 아이들이야 워낙 상상력이 풍부해서 어디서든 재미있게 논다지만) 그래서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이 집에서의 기억이 즐거움으로 가득 차길 희망한다.


4. “따로 또 같이” 독립성이 확보되는 집. 시부모님과도 그렇고 집 안에서도. 

외동으로 자라와서 그런가, 나는 개인의 공간 확보가 참 중요한 사람이다. 집 밖에서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그건 딱 집 밖에서의 삶으로 한정되어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내 개인 공간에서 푹 쉴 수 있어야 한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도 거실에서 많은 생활을 하기보다는 방 안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마저도 아빠, 엄마, 나 이렇게 단출한 세 가구였고 여러 사람과 함께 부대껴 살아본 적이 거의 없다. 기숙사 생활도 미국에서 일 년 남짓 해 본 것이 전부였고 그 마저도 한 학기는 나 개인 방이 있는 suite 형태에서 거주했었지. 그래서 이번 집짓기 프로젝트와 같이 두 가구가 함께 사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 엄청난 도전이기도 하다. 더욱이 그 상대가 친정 부모님도 아니고 시부모님이라니!! 두 가구의 독립성 확보는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내가 생각하는 독립성이 정확히 무엇이냐 하면, 내가 나의 집에 출입할 때부터 시부모님 시야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대문이 두 개여야 하려나? 아무튼 두 가구가 출입구에서부터 동선이 달랐으면 좋겠다. “같이” 공유하는 공간은 (아마도 마당? 아니다 공간의 목적을 미리 정해버리지 말자) 같이 어우러질 수 있으나, 가구 당 “따로” 영위하는 공간은 상대 가구 눈치를 보지 않고 시야, 소음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독립적인 공간은 두 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우리 가구 안에서도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공간이 꼭 물리적으로 분리되어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심리적으로 나 만의 아지트라는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 아지트에서 주로 할 일은 아마 글쓰기, 책 읽기?


독립적인 공간은 나 말고도 아이에게도 필요할 것이다. 어렸을 때는 괜찮지만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갈 시점이 되면(은 10년 정도 뒤…?) 자기만의 공간이 중요하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5. 살기 편한 집

외부에서 보기에 예쁜 집이 아니라 거주하는 사람이 편히 살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 가장 크게는 청소를 필두로 하여 관리하기 편해야겠다. 요즘은 태양광발전도 잘 되어있다는데 관리비 부담 없는 집이면 더 좋다.


6. 가변적인 집

시작은 시부모님과 우리, 두 가구가 사는 집이지만, 10년 뒤 그리고 30년 뒤에는 또 어떤 가족 구성원이 모 여살 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은 아이가 한 명이지만 둘째를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부모님과 영원히 같이 살 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내 자녀도 성인이 되면 우리 곁을 떠나겠지. 그렇게 두 가구 → 한 가구가 이 집 전체를 사용하다가도 또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나중에 나도 아들 내외와 이 집에서 계속 살게 될지? 이렇게 상황이 바뀜에 따라 유연하게 같이 변할 수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아늑하고 다이내믹한 집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내가 지금도 잘하고 좋아하는 것]

- 햇살이 잘 드는 곳 아래서 책 읽기, 글쓰기

- 거울/창문 무엇이 되었건 내 모습이 보이는 곳에서 요가하기


[주택에서 해보고 싶은 것]

아파트에서 쉽게 하지 못했던/ 아니면 지금까지 집 밖에서 즐기던 것을 집 안에서 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 샐러드를 좋아하는 나. 샐러드용 야채를 마당 텃밭에서 매일 뜯어먹기. 샐러드를 만들 때 최대한 빨, 노, 초 색깔이 잘 어우러지게 구성하는데 마당에도 그런 식물들이 다채로운 색감을 뽐냈으면. 다만 너무 화려하게 꽃밭이 펼쳐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좀 촌스럽다.

- (오랜만에 다시) 피아노 치기. 여기에 꿈 한 스푼을 얹자면 피아노 치는 소리에 맞춰 아이들이 노래하면 좋겠다. 같이 악기 연주를 해도 좋고!

- 베이킹. 요리 자체에 엄청난 취미가 있지는 않지만 디저트에는 진심인 편. 빵순이인 나는 이리저리 베이킹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아직 실천은 못해보았지만…?) 지금 집에서도 소소하게 쿠키 같은 건 구워보았는데 딱히 성공적이진 못했…. 그래도 집 안에서 빵이 구워질 때 나는 냄새가 풍기는 건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 공용 야외 공간에서 주말마다 바비큐 파티하기

- 부부만의 야외공간에서 티타임하기 (발코니 같은게 되려나?)




실질적인 이 프로젝트의 리더이자 지극한 현실주의자, 아들이자 아빠인 남편


건축주 4명 중에서 집에 대한 관심 및 실질적인 지식이 가장 많은 남편. 아들이자 남편으로 두 가구의 이견을 부드럽게 조율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일부 느끼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모두를 설득시켜 "아늑 하우스" 프로젝트를 개시한 장본인. 남편, 힘내자!


1. 집 안에서 누구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개인적 공간이 필요하다.

어린아이들이 노는 것을 생각해보면 방구석에 있는 텐트를 참 좋아한다. 그런 작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이 꼭 방으로 구분될 필요는 없다. 심리적으로 내가 그리 느끼면 되는 것이지.


▷� 100% 동의하는 바!


2. 집에서 주로 하는 행동은 눕는 것

그렇다... 실제로 어디에서든 눕는다. 침대는 기본이요 소파나 그냥 맨바닥에서 자주 눕는다...! 여담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신혼집에 있는 소파도 앉기보다는 눕기에 특화된 소파다. 실제 구매하러 돌아다닐 때 남편은 쇼룸에 있는 소파들에 다 누워보았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바닥 마감 및 바닥재 자체에 관심이 많다. 아,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의 천창에 대한 로망도 크다. 유럽을 여행할 때 에어비엔비로 숙박했던 집들의 천창 경험이 참 좋게 남아있다.


▷� 나야 지금 집에서도 슬리퍼를 신고 다니고 눕는 공간은 침대에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딱히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데, 남편은 어느 집을 가도 바닥을 유심히 본다. 그래, 사람마다 중요한 가치는 다 다르니까. 이번에 남편과 바닥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면서 남편 스스로도 본인이 얼마나 '와식생활'을 좋아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집 짓기를 고민하다 보면 나에 대해 고민할 기회도 덩달아 많아진다.


3. 개인적인 공간이 딱히 필요하지는 않다.

아들이자 남편이기 때문에 이 집에서 가장 편하게 어디든 들락날락할 수 있는 존재라서 그렇기도 하지만(아, 손자가 태어났으니 그 지위는 손자에게 넘어갔으려나?) 나처럼 프라이빗한 나만의 공간에 대한 요구가 전혀 없다. 보통 남자들은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남편에게는 그다지 해당사항이 없었다. 들어보니 어린 시절에는 큰 삼촌네와 함께 2층 집에 살았고, 미국에서 사춘기를 보낼 때 딱히 자기 방이 있지 않기도 했고 (본인의 방을 여동생에게 양보했음) 기숙사 생활도 오래 해서인지 타인과 같이 부대껴 사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도 없다.


자기 방을 포함해서 굳이 취미활동을 위한 본인만의 방도 필요 없다는 주의이다. 남편의 취미는 목공인데, 도구 및 장비들을 세팅한 후 톱밥이 풀풀 날리는 공간이 굳이 안락한 집에...? 그리고 이런 공간을 실제로 일주일에 며칠이나 이용한다고 집에 들이는가? 그런 취미방을 만들면 그 안에 장비들부터 채워야 하는데 그것도 부담이다. 그럴 바에야 지금처럼 목공소를 따로 다니고 집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 집에 먼지 날리는 장비들이 많지 않으면 같이 사는 나의 입장에서야 땡큐! 지만, 개인 공간이 없어도 된다는 그의 주장이 사뭇 신기하긴 하다. 맨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에게는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4. 평면적이고 목적이 확실히 고정된 구조가 싫다

아파트가 정말 싫다. 왜냐하면 어느 집을 가도 똑같고, 방마다 목적도 이미 다 정해버려 사는 사람이 바꿀 여지가 없다. 특히나 가장 싫은 것은 거실 구조. 하물며 tv를 놓을 공간까지 콘센트 위치로 다 정해버리니 자유로운 인테리어나 배치는 꿈꾸기 어렵다. 아파트 내에서 시선이 뻥 뚫린 곳은 거실에서 바라보는 큰 창문뿐이다. 다른 방이나 복도는 시선이 갇혀있다. 비좁고 답답한 느낌이다.


▷� 단조로운 공간, 평면적인 구조는 나 역시 정말 싫어하는 바. 특히 이번에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방을 구성하려고 하니 지금의 아파트 구조에서 제약사항이 너무 많아 머리가 아팠다. 아기 놀이방을 넓게 만드려고 하니 가능한 곳은 거실뿐.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거실을 내어주게 되긴 하더라. 그렇다 보니 스탠드형으로 세워진 TV가 위험할 듯하여 이걸 치워야겠는데, 이 TV를 다른 방들에 옮기면 시야각이 확보가 안된다. TV는 꼭 거실에만 있어야 한다는 건가?? 꼭 공간마다 벽장 위치, TV 위치, 빨래방 위치, 주방 위치, 다 정해져 있어야 하는가?


5. 야외 그리너리 한 공간? 필요 없다. 관리하기 힘들다. 아님 네가 할래?

초록 초록한 마당에 대한 로망 따윈 없다. 웬만큼 손이 빠르거나 부지런하지 않은 이상 초록색 식물이 있는 공간은 노동의 공간이다. 시부모님이 한국에 계시지 않는 동안 밭 관리를 해보니 이거, 장난이 아니다. 만약 이런 공간을 만든다면 본인은 관리할 자신 없다. 가족이 어울려 놀 수 있는 야외 공간은 필요하지만 그곳, 다 시멘트로 깔아버려도 좋다. 아니? 오히려 더 좋다. 그게 싫다면 자갈 정도로 타협해줄 수 있다. (은근슬쩍 나를 바라보며) 초록 공간을 계속해서 언급하는 와이프야, 자신 있는가?


▷� ㅋㅋㅋ... 사실 자신이 없다. 친정부모님 역시 초록 초록한 밭에 대한 의지가 크셔서 집 근처에 땅을 구해 밭농사를 짓고 계신데, 평수가 넓은 것은 둘째치고 거의 매일 같이 밭에 가서 시간을 보내신다. 밭에 가면 할 일이 너무 많으시다고. 그래, 생명을 키워내는 것은 정말 큰 노고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사람이건 식물이건. 그래서 처음에는 '단독주택인데 마당에 야채 정도는 키워야 하지 않겠어?!' 싶었는데 요즘은 남편의 설득으로 그 의지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긴 하다.


6. 그 외 몇 가지 정말 싫어하는 것이 있는데

 tv가 없었으면 한다. tv로 인해 공간 배치가 제약되는 건 끔찍이 싫고, 사실 tv를 잘 보지도 않는다.

굳이 거실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실 식탁에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워낙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인지라 물 마시러 가는 길이 멀지 않았으면 한다.

벽에 컬러가 칠해지는 게 싫다. 집이 어두워질 수도 있고 무언가 바꾸고 싶을 때 벽지가 제약이 될 수 있다. 목공이 취미이기도 한데 여러 가구나 그림들로 공간을 구성하고 싶고, 그 가구를 본인이 제작하고 싶기도 하다.




자녀들과 함께 땅을 밟으며 살고 싶으셨던 아버님, 그 오랜 꿈이 이루어진다?


사람은 모름지기 땅을 밟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아버님. 이에 주택에서 거주하고 싶어 10여 년 전 야심 차게 택지도 구매하셨었으나, 그때 당시 가족 구성들 전원의 반발로 꿈만 꾸신 지 오래.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가정을 꾸린 아들의 마음이 바뀌었고, 어머님 역시 아들과 아버님의 설득에 마지못해 집을 짓는 방향으로 선회하셨다. 이런 아버님께서 집 설계에 원하시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1. 집에서 바로 걸어 나가 마당이 있으면 좋겠다. 마당은 푸르렀으면 좋겠다.


2. 굳이 많은 방은 필요 없다. 개인만의 공간일 필요도 없다. 

그냥 널찍한 공간, 그래 거실이라고 하자. 거실에 의자 여러 개 가져다 두고 거기서 생활하다가 바로 마당으로 나갈 수 있으면 된다.




끝까지 집 짓기를 반대하셨던 어머님, 이왕 짓는 거라면...?


어머님은 단독주택에서 실제 거주했던 경험이 가장 많으신 분이다. 어린 시절에 할아버지(=어머님의 아버지)께서 집을 여러 채 지어보셔서 여러 형태의 주택에서 살아보신 것인데, 몇십 년 전의 주택 경험이 불편함 가득이었던지라 끝까지 주택을 짓는 것에 반대하셨다. 아파트에서의 삶이 이렇게 편한데 굳이 고생길을 사서?


그러나 집 짓기에 대한 열망이 큰 아버님과 아들, 그리고 (이 집 짓기에 가장 큰 반대를 하리라 예상했던) 며느리마저 주택을 지어 같이 사는 것에 (물론 "따로 또 같이"이다) 호의적이라 마지못해 집짓기 프로젝트에 오케이 사인을 보내셨다. 이런 어머님이 원하시는 주택에서의 삶은


1. 빨간 머리 앤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다락방

주 생활공간은 1층이겠지만 잠은 계단을 올라간 2층 혹은 다락방에서 자고 싶다. 동화나 미드, 영드에서 나오는 예쁘고 운치 있는 다락방이 있으면 좋겠다.


▷� 오, 어머님도 나와 같은 로망을 가지고 계시네! 음, 근데 잠깐. 어머님도 다락을 원하고 나도 다락을 원하면 양 가 분리는 세로로 되어야 하는가? 원래 1층 시부모님, 2층 우리 가구를 생각했었는데 흠...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가?


2. 집 마당에 나와 채소밭, 꽃밭 키우기

지금도 택지 근처에 농지를 보유하고 계셔서 '흙'을 만질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긴 하지만, 이왕 주택이라면 바로 내 앞마당에 바로바로 먹을 야채를 키워보고 싶다. 그리고 예쁜 꽃밭도 아기자기하게 꾸리면 좋겠다.


3. 미국에 살고 있는 시누이가 한국에 올 때 거주할 수 있는 게스트룸이 필요하다

미국에 거주하는 시누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 년에 두세 달 남짓 한국에 들어온다. 그때 본가에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시누이 역시 결혼을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이 편히 머무를 수 있는 수준의 사이즈는 나왔으면 좋겠다.


▷� 이 의견에 남편은 매우 매우 x100 반대하였다. 시누이가 일 년에 고작 두세 달, 그 마저도 반은 시댁에 가서 지내다 보니 본가에 머무르는 시간이 한 달 정도라 보이는데 그 한 달을 위해 이 택지 내에 그렇게 큰 방을 뽑아내는 것은 공간 낭비라는 것. 하긴, 택지 99평이라는 게 생각만큼 엄청나게 넉넉한 땅은 아니더라. 건축 규제 및 현실적인 공사비용 등을 감안했을 시 주택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이 그리 넓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부분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런데 어머님 입장에서는 딸이 한국에 올 때 있을 공간이 없다면 사뭇 섭섭할 수 있겠다 생각한다. 나처럼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없는 상황인데...


4. 나도 며느리랑 불편하게 사는 건 싫다. 따로따로가 중요하다. 완벽한 세대 분리가 필요하다


▷� 네, 어머님! 저도요!


5. 아파트와 같은 편안함을 원한다. 관리하기 편한 집을 원한다

현재 거주하시는 아파트에서 청소 및 요리 등을 도맡아 하시는 어머님에게 있어서 주택에 이사 간다는 것은 크나큰 부담이셨다. 더욱이 이미 주택에서 거주하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여기 모인 건축주 4명 중에 주택 관리의 어려움을 가장 잘 알고 계신 터.


▷� 관리하기 편한 집을 원하는 것은 모두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러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로망이 분명 존재한다.





흠... 건축주 네 명의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면서도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이건 앞으로 건축가 분과 함께 해서 풀어나가야겠지?


#아늑하우스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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