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내려놓고 자유로워지기
앞에서 저는 ‘나’라는 것은 ‘에너지’이자 ‘관찰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받아들이기 쉽도록 관념을 내려놓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지금까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통찰을 갖게 되는 것이죠.
어떤 분들은 내려놓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것이죠.
한 여름 무더울 때, ‘아 더워 왜 이렇게 더운 거야!’ 하면 집착하는 것이고
‘와 너무 좋다 이제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날씨네’ 하면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때 내려놓은 것은 무엇일까요? ‘더우니까 너무 힘들다’는 관념입니다.
세상에 있는 관념이든 내려놓을수록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많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관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자아'라는 관념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자아’라는 개념에는 사실 내가 이 몸뚱이고, 이 몸뚱이가 곧 나라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몸 안에는 다양한 DNA를 가진 존재 - 세균, 미생물, 미토콘드리아- 가 같이 살아갑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에서 분열하는 세포가 아닌 자체적으로 다른 DNA를 가진 별개의 생명체입니다. 과거에 어쩌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된 유기호흡을 하는 세균(호기성 세균, aerobic bacteria)이 세포와 공생을 하면서 막대한 ATP를 제공하고 그 대신 영양분과 안전을 보장받는 관계를 맺은 것이 현재의 미토콘드리아라는 것이죠. 그런 데다가 1초에 백만 개에서 3백만 개의 세포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결국 내 몸이라는 것이 사실 완전히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몸은 흐르는 시냇물과 같이 계속 변합니다. 생겼다가 사라지는 파도와 같고 계속해서 변해가는 구름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 몸뚱이가 곧 ‘나’라고 할 수는 없겠죠.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는 자신과 세상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엄마나 아빠가 아님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자연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그 아기가 틀린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죠. 어떤 구름이 다른 구름을 보고 너와 나는 별개의 것이다라고 하지 않듯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둘이 아닌 하나 그 자체입니다. 적어도 양자역학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우주는 양자로 가득 차 있으며, 양자는 시공간을 넘어 서로 연결되고 반응합니다.
우리는 이 몸을 잠시 빌려서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주 그 자체인데 이 몸을 통해 그 우주의 어떤 에너지가 표현되고 있는 중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몸이 곧 나’라는 의미의 ’ 자아’라는 개념은 사실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파도는 그 자체로 바다와 별개가 아니듯, 우리 인간도 인간이 아닌 다른 것들과 별개가 아닙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미생물들 안에 우리 조상들과 나무와 동물들과 바위와 바다와 태양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한마디로 ‘나’는 곧 우주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라고 해서 다른 동물이나 자연을 차별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 모두가 우주의 에너지의 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