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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21. 2021

왕초, 추노가 따로 없네!

작업실 없는 프리랜서의 하루



왕초, 추노 아는 사람 옛날 사람 :)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읽지 마세요! :(





작업실이 집이고, 집이 작업실이다 보니 세수를 늦게 하는 날이 많았다. 세수는 오후 늦게나 하고, 양치는 하루 두 번으로 퉁쳤다. 몸이 꿉꿉한 건 못 참아서 샤워는 하는데 머리 감기가 그렇게 귀찮다. 겨울에는 보통 이틀에 한 번씩 감는다. 그러다가 이틀이 넘어가면 내 머리에서  숙성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삼일째 되는 날은 내가 견디지 못해서 아침부터 머리를 감고 만다. 두피도 간질간질하다. 



물 부족 국가에서 나는 지금 애국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가끔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는 콧웃음을 친다. '다른 걸로 애국을 해보는 건 어때?'




-평소 생리통이 심한 나- 생리통으로 약을 먹고 하루 종일 누워있던 날이 있었다. 하필 그날이 머리를 안 감은 지 삼일째 되는 날이었다. 와오! 저녁이 되어가자 머리에서 냄새가 스멀스멀 내려오는 것이다. 어디서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 그것은 노숙자 아저씨들이 많은 지하차도를 지나갈 때 맡았던 그 냄새와 비슷했다. 깜짝 놀란 나는 도저히 그냥 잘 수가 없어서 욕실로 향했다. 욕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왕초에 나오는 조연배우 같았다. 얼굴이 시커멓진 않았지만 굉장히 까칠했고 머리는 떡이 져 있었다.  





누구냐 넌!!!





안 되겠다 싶어서 습관 만들기 목록에 [일어나자마자 세수, 양치하기]를 넣었다. 한 달이 지나자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세수, 양치를 하지 않으면 매우 답답하다. 습관이란 역시 무섭다. 걷기 시작하고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매일 씻고 있다. 물론 운동을 건너뛰는 날은 또 대충 뒹굴뒹굴하기도 한다. 출근을 하지 않으니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정말 '누구세요?'가 되는 거다.



그래서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수영장에 다녔다. 수영 자체를 무척 좋아하기도 하지만, 오전에 수영장에 가면 무조건 씻게 되니까 깨끗하게 하루를 시작해서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로 수영장에 못 간 지 1년이 되어간다. 코로나가 끝나면 제일 먼저 수영장에 등록을 하고 싶다. 수달처럼 물 위를 둥둥 떠다니고 싶다.






(덧)


기-승-전-코로나. ㅠㅠ


내가 좀 더 우울한 이유는? -코로나


내가 가끔 열폭하는 이유는? -코로나


그렇지만 2020년 코로나로 집에 묶이면서 나는 걷기 시작했고,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습관 목록을 만들어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다. "위기가 기회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다. 가끔 무너져도 다시 습관을 챙기는 나를 보게 된다. 오구오구 잘하고 있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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