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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11. 2021

깨져버린 유리

절대로 돌이킬 수 없음



아이 저녁을 챙기느라 미니 돈가스를 튀겼다. 프라이팬에 딱 맞지 않는 유리뚜껑을 올려놓으니 뭔가 불안 불안하다. '뭐 별일이야 있겠어.'생각하며 한쪽 가스레인지에는 김치볶음밥을 한다. 아! 멀티가 안 되는 김 슬한, 뭔가 분주하다. 일단 돈가스가 다 된 것 같아서 옆으로 옮긴다. 순간 뚜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리 뚜껑은 매우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크게 깨진 조각들 주변으로 작은 파편들이 사방에 흩어졌다. 



순간 정지! 



머리가 멍해졌다. 가만히 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린다. 멍해진 머리를 굴리는 데는 2-3분 정도가 걸렸다. 가까이에 있던 비닐에 큰 조각들을 주워 담는다. 아이에게 물티슈를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작은 조각들을 쓸어 모았다. 물티슈로 닦고 다시 키친타월로 닦고, 5-6번 정도 반복하고 정리가 끝났다. 더 이상 조각이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았지만 청소기를 두 번 돌렸다. 유리조각은 잘 보이지 않아서 위험하니까.



유리조각을 치우느라 식어버린 김치볶음밥을 다시 따뜻하게 데우고, 아이 밥상을 차린다. 



뭔가가 깨지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저걸 어떻게 다 깨끗하게 처리를 할지 고민한다. 누군들 유리가 깨지는 것을 좋아하겠냐만은 난 정말 끔찍할 정도로 싫다. 한 번도 깨어진 유리조각에 다친 적이 없는데도, 깨짐과 동시에 상상 속에서 그 유리 파편들은 내 살을 파고든다. 피는 한 방울도 나지 않았는데 발바닥 아래 피가 고인다. 



왕창 깨진 건 고이 보내주자.








사람들은 이런저런 자신의 상황이나 사람 관계를 되돌리고 싶어 한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간절하게 원한다. 



‘깨진 유리’

‘이미 엎질러진 물'

'놓쳐버린 버스'




오늘 유리를 깨며 생각한다. 처음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최대한 빨리 깨끗하게 뒤처리를 하고 짧은 반성 후에 다시 삶을 이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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