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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Feb 01. 2021

나의 마지막 강아지 '초롱이'

많이 사랑해!

그리운 초롱이





'초롱이'를 생각하면 추억도 많지만 아픔도 많아서 글을 쓰려니 잠깐 멈칫하게 된다. 아기 때부터 하늘나라로 갈 때까지 15년 정도 살았던 강아지 초롱이. 나는 어렸고, 무지했다. 좀 더 잘 돌봐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함께 한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다. 다행히 사는 동안에는 크게 아픈 적은 없었다.





드라이브를 좋아하던 초롱이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우리 집으로 왔던 초롱이는 패딩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엄마젖을 막 떼고 우리 집에 왔었다. 맏이인 언니가 초롱이를 독차지했고 항상 데리고 잠을 잤다. 그때 나는 야자까지 했던 고등학생이었고 그 후에는 술만 퍼마시며 보내다가 자퇴했던 공대 시절을 보내느라 초롱이와 함께 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시 대학을 가겠다고 서울로 올라왔다. 집에 내려갈 때만 가끔 초롱이를 보다가 언니가 몸 풀러 엄마한테 내려갔을 때 초롱이는 서울에 잠시 올라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조교로 일하고, 프랑스에서 2년 머물다가 한국에 들어와 얼마 후 결혼을 하게 되었다. 초롱이 삶을 통틀어 내가 함께 나눈 시간은 매우 짧다. 사실 거의 처음부터 초롱이는 내가 키우는 강아지가 아니라 엄마가 키우는 강아지였던 것이다. 난 어렸고 무책임했다. 그저 가끔 보면 예뻐해 주고 놀아주는 게 다였다. 지금 생각해도 참 미안하다.




다리가 길어 사슴 같았던 초롱이




초롱이는 내가 희승이를 낳기 일주일 전에 하늘나라로 갔다. 엄마한테 내려가서 산후조리를 하기로 했었기에 초롱이가 일주일만 더 살았어도 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슬펐다. 며칠을 울었다. 잘해주지 못해서 울었고 보고 싶어서 울었다. 아빠가 선산에 초롱이를 묻어주셨다. 엄마는 아빠가 그리 서럽게 우시는걸 처음 봤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더 슬펐다.






나도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고, 외동인 희승이에게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삶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만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다. 다시는 초롱이를 보낼 때처럼 마음이 찢어지는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다. 부모님도 초롱이를 보내면서 다시는 강아지를 집에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엄마는 다시 반려견을 키우실 생각이 전혀 없으시다. 멋모르고 집에 데려와 아파트라는 답답한 공간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는 일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으신 것이다. 나도 그렇다. 나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책임 질 주제도 못 되는 것 같다.


강아지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는 나는 산책을 할 때 강아지만 눈에 들어온다. 이 강아지는 이래서 이쁘고 저 강아지는 저래서 이쁘다. 마치 사람이랑 함께 살려고 존재하는 듯 한 강아지들을 보면 눈물 나게 사랑스럽다. 초롱이에게 미안해서 다른 강아지를 못 만나겠다. 그리고 잘해줄 자신이 없다. 이렇게 다짐을 해봐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책임지지 못할 행동은 시작도 하기 싫다. 나이가 드니 마음이 점점 작아진다.


그래도 난 강아지가 참 좋다.





(덧)


초롱아! 하늘에서 잘 지내지? 살아있을 때 잘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아이를 낳고 키우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너와의 추억은 흐릿해졌지만 유난히 똑똑하고 수줍음 많은 너를 생생하게 기억해.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은 우리 초롱이. 마지막 가는 길 함께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 네가 가고 희승이가 오면서 나는 희승이가 꼭 너 같더라. 나는 사람 아이를 키우는데도 서툴러. 그때 나는 어려서 더 서툴렀고, 누군가를 책임질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더라. 그래도 너를 많이 사랑했어. 우리 가족들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고 예뻐했는지 너도 알지? 잘 몰라서 못 챙겨 줬던 부분도 많았을 텐데 용서해줘. 너를 키울 때 가끔 생각했어. 한 번만이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사는 동안 좋았던 순간이 많았기를 바랄 뿐이야. 꼭 한 번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작은 너를 품에 안고 사랑한다고 한 번만이라도 말해주고 싶다. 보고 싶다. 우리 초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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