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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거리를 걸었다.

__다시 되돌아가려는 습성

by 슬슬킴



겨울이 오고 난 후 춥다고 밖에 잘 안 나가니까 자주 걷지 못했다. 집에서 사이클이라도 탔지만 그것마저도 생리 주간이라고 쉬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 보니 움직이는 걸 게을리했다.


걷기만 게을리한 게 아니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려는 내가 보인다. 며칠은 '그래. 괜찮아. 다시 움직이면 돼.'라고 했지만 누워있다 보니 계속 눕고 싶고 한동안 멈췄던 낮잠을 몇 번 잤다. 늦게 자도 희승이를 챙겨야 하니 나름 일찍 일어나고 피곤하니 초저녁에 잠을 잔다. 그리고 밤엔 다시 잠이 안 온다. 보름 동안 악순환이다. 예전엔 밤을 좋아하니 '그냥 밤을 즐기자!'라고 생각하며 지냈지만 사실 밤에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힘들다. 알면서도 반복이었다.




눈이 많이 내린 다음날에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 꼭 나간다. 오늘은 단단히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걷는 게 평소보다 느리다. 다리에 힘도 더 들어간다. 그래도 눈을 꾹꾹 밟아가며 걷는다. 눈 밟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풀린다. 무엇 때문에 뭉쳤던 마음일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자주 어루만져주지 않으면 마음은 딱딱해지는 걸까? 특별한 일도 없이 짜증이 나고 초조하다. 나는 바보다.





오늘의 눈을 구경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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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뽀각뽀각 밟는다. 누구도 지나가지 않은 새 하얀 눈을 밟으면 기분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심스레 밟는다. 발자국 없이 새하얗게 펼쳐진 눈밭 한쪽을 아직 못 본 누군가를 위해 남겨놓는다. 눈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자연스럽게 참회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어제 내가 왜 그랬을까. 아까 내가 왜 그랬을까. 맨날 해놓고 후회나 하는 바보. 언제까지 바보로 살게 될까? 아마 평생 그렇겠지? 중생에서 벗어나고 싶다. 한 번에 어찌 변할 수 있을까! 욕심 내지 말고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어가자고 다짐을 해본다.








(덧)


아이를 키우며 힘들기도 하지만 조금씩 성숙한 인간이 되어간다. 쿠리와 결혼을 해서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참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짜증'을 줄이고 '잔소리'는 하지 않도록 하자. 횟수가 많이 줄었지만 '욱'하고 올라오는 마음도 바로 알아차리고 내려놓자. 깨닫고 변해야 한다. 나는 한 아이의 엄마고 한 남자의 아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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