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 베스트 오브 베스트
나의 베프는 누구일까? 사실 베프라고 부를만한 친구가 없다. 인생을 잘못 살았냐고? 아니 잘 살아서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오래되고 베프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나에게 막 했던 몇몇 친구들을 생각하면 글쎄.. 베프 없는 게 더 낫겠다 싶어서 안 보고 산지 오래다.
물론 그들만의 탓도 아니다. 사람은 모두 각각의 섬이기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야 한다는 걸 몰랐다. 아니다. 나는 그 거리를 어느 정도 지켰는데 그들은 선을 넘기 일수였다. 이건 순전히 내 입장의 이야기니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베프에 대해서 글감을 받고는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가장 친한 누군가는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한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나. 그래서 부끄러운 모습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나. 그래도 또 스스로를 사랑해야겠다고 보듬어주는 나. 바로 나다. 이것은 너무 추상적이니 가장 친한 사람을 써야겠다. 그건 바로 쿠리와 희승이다. 희승이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내가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는 있지만 역시 가장 친한 건 쿠리다. 베프라고 했는데 겨우 신랑이냐고? 아니 나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쿠리와 나는 둘 다 그림을 그린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눈다. 서로 필터 없이 이야기해도 대화가 통한다. 침대에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20대 초반에 만나서 떨어져 지내다가 20대 후반에 다시 만나 연애를 하고 애가 생겨 결혼을 했으며 가난 때문에 이런저런 고생도 많이 해서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구질구질할지도 모르는 삶이지만 조금 아름답다고도 말할 수 있다. 쿠리를 만나 사랑하는 시어머니도 만났고, 소중한 희승이도 만나게 되었다. 연애할 때도 그다지 불타오르는 사랑은 아니었고 꽁냥꽁냥 귀여운 연애를 했었는데 12년을 같이 살면서 더욱 꽁냥꽁냥 한 사이가 되었다.
나에 대해 거의 나만큼 아는 쿠리, 이해심이 많은 부처 같은 쿠리, 내가 어떤 그지 같은 짓을 해도 나를 감싸주는 쿠리랑 나는 제일 친한 사이다.
베프라 하면 떠오르는 쿠리야! 고맙고 사랑한다. 희승아! 우리는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같이 하고 나서 베프든 뭐든 생각해보자. 그러나 너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베프가 되도록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