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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un 01. 2021

코털 관리해주는 여자

_ 내 남자 코털은 내가 관리한다.



가끔 쿠리 코털은 코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길게 뻗어 나오는 게 아니라 인중 바로 윗부분에서 낚시 바늘처럼 휘어져 코 밖으로 나와있다. 신기한 건 그 코털은 몇 년 전부터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쪽 가슴에 털이 나기 시작한 그쯤부터일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털의 변화로 알 수 있는 것 같다. 안 나던 곳에 털이 난다던가, 많던 숫이 없어진다던가, 색이 변한다던가 말이다.


어쨌든 그 코털을 보면 나는 바로 제거를 한다. 누군가 알아채기 쉽진 않은 위치에 짧은 길이지만 그래도 내 남자의 삐져나온 코털을 보고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털을 관리해준다는 건 뭘까?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코털과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랑하기에 가능한 관리다. '네가 남들에게 이미지가 좋기를 바라.' '단정하게 너를 다듬어 주겠어.'라는 마음이 있기에 코털을 뽑아준다. 코털을 뽑는 행위에도 사랑이 담겨있다.


이런 정도라면 우리는 사랑한다는 마음을 얼마나 다양하게 전달하고 있을까? 알아채기 힘들다면 직접 말로 해주고 꽉 껴안아 주어야 한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행위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우리는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함께 지내고 있는 네 살 아이들의 직접적인 사랑 표현으로 내가 얼마나 큰 힘을 얻는지 모른다. 그렇게 사랑을 받은 나는 사랑을 자주 표현한다. 표현하면서 마음에 큰 힘을 얻는다.


사랑이라는 건 좋은 것이다. 좋아한다는 건 참 귀한 일이다. 표현을 하고 살아야지. 내가 너를,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 사랑이 내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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