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감사하며 2021년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간 돈 버느라 감사일기 한 줄 쓰지 못했다. 노트북에 무선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단 한 줄이라도 쓰고 싶으면 핸드폰으로라도 썼던 날들이 있었다. 그냥 쓰기 싫었나 보다. 일하며 사람들에게 치이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고 잠이 들었다. 그 와중에 잘한 일이라면 쿠리를 마중 나가며 틈틈이 걸었다는 것이다. 무척 답답한 날에도 한참을 걷다 보면 속이 후련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시간을 보내왔다.
그저 감사를 하기에는 너무 못된 인간을 만났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불편해한다. 그가 말하듯이 그저 다 잘 되라고 하는 말과 행동은 아닌 듯하다. 선을 넘거나 매사 감정에 치우치고 이기적인 언행을 일삼는다. 그 사람을 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 너 같은 인간에게서도 배울 점은 있구나.
쿠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1년간 함께 했던 몇몇 아이들과 내년을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내 행복이 먼저다.
<2021년 12월 28일 감사일기>
1. 오늘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눈 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2. 아침에 아이에게 음식을 챙겨줄 수 있고 함께 이야기 나룰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3. 쿠리를 춥지 않고 안전하게 데려다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4. 쿠리에게 선물로 받은 쿠폰으로 따뜻한 커피 마실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5. 오랜만에 감사일기를 쓸 수 있는 여유로움에 감사합니다.
6. 이번 한 주가 방학이라서 일하지 않고 놀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7. 한파 중에 따뜻하게 몸을 뉘일 수 있는 집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8. 읽을 책이 있고, 그림 그릴 종이가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있어 감사합니다.
9. 아이가 학교에 등교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10.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고를 수 있는 여유로움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