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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Apr 03. 2022

짝꿍의 코로나 확진!!!

_ 나와 아들에게 옮기면 안 돼!


짝꿍과 나, 우리는 시기를 맞춰 쉬고 있는 중이다. 나는 3월 내내 놀고 있는 중이고, 짝꿍 쿠리는 3월 15일 화요일까지 일을 했다. 그런데, 16일 날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17일에 콧구멍에 자가 키트를 해봤지만 음성이었고 누군가 목에도 해보라는 말이 생각나서 목구멍으로 검사를 하자 양성이 나왔다. 양성이 뜬 자가 키트를 들고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양성이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된 것이다. 지난 1년 내내 같은 날 쉬기 어려웠던 우리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야 했다. 가혹하고 말고를 떠나서 상황은 긴급으로 바뀌었고 쿠리는 안방에 격리가 되고 말았다. 화장실이 한 개뿐인 우리 집은 비상사태였다.


경험이 있던 지인이 말해준 대로 밥은 일회용 식기들로 넣어주었고, 확진자가 화장실을 쓰고 나면 소독제를 뿌리고 알코올로 구석구석(특히 세면대) 닦아내며 방역을 하였다. 내가 제일 신경 썼던 부분은 ‘환기’였다. 낮에는 두껍게 옷을 챙겨 입고는 (밖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하고)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추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쿠리가 화장실을 쓰고 들어가면 환기에 더욱 신경을 썼다.


안방에 격리되어 있던 쿠리는 방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고, 소변을 볼 때는 비닐장갑을 끼고 화장실에서 후다닥 볼일을 보고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큰일을 볼 때 양치와 샤워를 한 번에 해결했으며 양치는 하루에 두 번만 했다. 쿠리가 안방 문을 열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안방 문에 소독제를 뿌리고,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면 안방 문 쪽으로 소독제를 마구 뿌렸다. 마치 잡귀를 쫓아내는 무당이라도 된 것 마냥 신랑이 잠시라도 머물던 자리에 소독제를 뿌려댔다. 그렇게 소독을 할 때마다 언제 7일이 지나갈지 정말 답답했다.


2,3일 동안은 내가 그동안 받은 사랑을 갚기라도 하는 듯이 벅찬 마음으로 일처리를 해나갔다. 밥이라고 해봤자 단품요리, 즉석요리, 배달요리로 대충 때웠지만 24시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방역에 힘썼다. 내가 은혜를 갚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자 쿠리는 나에게 ‘은혜 갚은 슬한이’라고 했다. 쿠리는 그런 농담을 하면서도 크게 웃지 않았고, 조금은 우울해 보였다.


아들이 깜빡하고 마스크를 벗고 방에서 나오면 나는 마스크를 쓰라고 잔소리를 해야 했고, 화장실도 쿠리가 쓰기 전에 후다닥 쓰라고 하고 밥도 아들방에서 먹어야 했다.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다행이었던 부분은 그때 아들도 일주일 동안 온라인 수업이었고, 나와 쿠리가 휴직 중이었다는 것이다. 일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휴우~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흐르고, 해제가 되기 전날에 아들과 나는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둘 다 음성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의 검사도 정확하지 않다는 말이 많아서 집에 와서 자가 키트로 몇 번 더 검사를 해보았는데 아주 깨끗하게 음성이었다. 뭐, 둘 다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말이다.


3월 24일 자정에 해제되는 쿠리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12시 땡치면 나오고 싶다는 쿠리를 말리고 하루만 더 혼자 자라고 했다. 쿠리는 시무룩 쿠무룩했지만 혼자 하룻밤을 더 자고 아침에 안방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날 아침, 나는 아들방에서 늦잠을 잤고 아들은 컴퓨터 방에 가서 놀았다. 그 사이 쿠리는 안방 소독에 나섰다. 이불은 소독제를 뿌린 후에 격리기간에 주문해놓은 자외선 소독기로 소독을 한 후에 비닐에 꽁꽁 싸서 베란다에 내놓았다. 그간 모였던 쓰레기들에 소독제를 뿌리고는 쓰레기봉투에 꽁꽁 싸서 갖다 버렸으며 소독기로 여기저기를 소독하고 다녔다. 나는 쿨쿨 자고 있었다. 멀리서 소독기가 삐-삐-거렸다.


일주일간 긴장을 했던 탓인지 나는 점심이 다 돼서야 일어났고 우리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격리 해제가 되고 나서도 3일 정도는 마스크를 하고 지내야 한다는 말이 있어서 나는 그게 마음에 걸렸다. 쿠리는 괜찮다며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드밀고 해맑게 웃었다. 옮았으면 벌써 옮았을 거라면서 둘 다 아무 증상이 없으니 괜찮다면서 말이다.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쿠리와 동침을 하였다. 그날, 쿠리가 원하던 뽀뽀는 사양했다. 하하하.




오늘이 격리 해제 후 열흘이 되는 날이다. 아들과 나는 무사하며 쿠리와 나는 매일 걷고 있다. 이 글은 심학산에 매일 간다는 이야기를 쓰려고 시작을 했는데 쓰다 보니 짝꿍의 코로나 확진 후기가 되고 말았다.


이 글의 결론은 답답했던 격리 시간 덕분에 우리는 더 열심히 걷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둘이 룰루랄라 하며 놀지는 모르겠지만 쉬는 동안에는 매일 심학산에 갈 것이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게 되어도 주 3회는 심학산에 가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쿠리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 글을 마친다.





*봄이 오고 있는 심학산 구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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