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파주에 있는 감악산 675 m
짝꿍 쿠리와 산에 왕왕 오르기로 다짐을 하며 커플 등산화를 준비했다. 살짝 시큰거리는 내 무릎을 위해 무릎보호대와 스틱을 샀고, 마땅한 가방도 없어서 멋진 배낭도 질렀다. 추가적으로 자외선을 막아주는 마스크도 구매했다. 그러나 감악산에 다녀오기 전 동네 뒷산 심학산에서 달리기를 하다가 그만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뭐 대단한 산에 올랐나 싶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에게는 '등산을 시작했던 산'으로 기억이 될 감악산 정상이다. 시큰거리는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천천히 오르고 천천히 내려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꽤 높아서 힘들었지만 꿀렁꿀렁거리는 감악산 출렁다리에 도착하니 기분이 좋았다. 몇몇 사람들이 산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가면서부터 나는 지쳐있었다.
올라가며 힘들어서 쿠리에게 구시렁구시렁거렸다. 난 언제나 산을 오르면 점점 힘들어지면서 화가 난다. 내가 왜 산에 오르겠다고 설레발을 치며 등산화까지 지르고 등산을 하고 있는지, 장기하의 '등산은 왜 할까?' 노래가 절로 떠오른다. 그러나 결국 정상에 올라가서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경을 보면서 잘 올라왔다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설악산은 어떨까? 지리산은? 한라산은? 정말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것이다. 체력관리를 잘해서 멋진 산에 오래오래 다니고 싶다고 다짐을 하는 것이다.
감악산 정상석은 멋진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찍어봤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감악산으로 시작한 우리 둘의 산행! 앞으로는 더 높고 더 멋진 산에 오르고 싶다. 쿠리와 함께! 그리고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을 우리를 그려본다.
*덧)
사람이 많지 않은 산이긴 해도 그래도 아예 없지 않았다. 젊은 남자애들 세 명이서 맥주를 마시고 있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중에 한놈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다. 나는 들릴랑 말랑하게 몇 마디를 했지만, 대놓고 담배 피우지 말라는 말을 못 한 게 너무 화가 난다. 산에서 담배라니!!!!!!!! 아휴 미친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