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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산(621.8m) 앵무봉, 올라가 말아?!

_ 그냥 내려가고 싶었다.

by 슬슬킴



아이와 함께 한 달에 두 번 산에 가기로 약속을 했다. 어쩐 일인지 “내가 같이 산에 다녀줄까?”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을 덥석 물어서 함께 산행을 즐기고 있다. 함께 오르니 심심하지 않고 내내 떠드는 아이 덕에 재미는 있지만, 힘들면 힘들다고 100번 말하는 덕에 내 귀는 먹먹하다. 그래도 같이 가고 싶다. 앵앵거리는 소리 듣기 싫지만 함께라서 좋다. 언젠가 이 마저도 다니지 않는 날이 올 테니 구시렁거리는 소리쯤이야 실컷 들어두고 싶다.



고령산을 올라가는 길은 여러 갈래겠지만 우리가 선택한 길은 계속 오르막이었다. 1.5킬로 오르막 0.4킬로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서 계속 올라가는 중간에 몇 번 평지가 있었다. 아주 짧게!


힘들었다. 심학산에 다닐 때에도 평지만 골라서 다녔는데 계속 오르막길이라니…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그냥 내려오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만 더 가보자, 조금만 더 가보자 하면서 희승이를 달래 가며 올라갔다.


날씨가 맑고 구름이 예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참 멋졌다.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은 시원했다. 날씨 덕에 참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내려오는 길도 쉽지만은 않았다. 희승이는 내려오는 길에 더 힘들어했다. 나는 그럭저럭 걸을 만했다. 그간 많이 걸어둔 덕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몸을 더 단련하고 싶다. 더 많이 걷고 싶다.






앞으로는 심학산만 갈 거라고 투덜대던 아이가 집에 와서 먹고 싶던 라면도 먹고, 좀 쉬더니 이렇게 말한다. “한 달에 한 번쯤은 높은 산에도 같이 가줄게!”


“그래! 고마워!” 난 또 그 말을 넙죽 받아들인다. 다음 주에는 심학산에 가기로 했다. 나는 혼자서 감악산에도 가볼까 한다. 상황이 되면 말이다.



걷는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한번 빠지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매일 걷고 싶다. 걷고 또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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