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 손가락이!
다른 날과 다름없이 아침부터 분주했다. 신랑 아침밥을 챙기고 커피 한잔을 같이 마신 후에 신랑은 출근을 했다. 나는 설거지를 마치고 식탁에 앉았다. 오늘 할 일이 뭐가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빨래는 어제 했고, 청소기는 오후에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갑자기 손가락이 뻐근했다. 손가락은 점점 길어졌다. 분명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아무렇지 않던 손가락이었는데.. 나는 그다지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생각보다 정신이 맑다. 고통은 없었다. 누가 힘을 줘서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이 길어지면서 휘청거렸고 끝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신랑한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제대로 핸드폰을 잡을 수도 없었다. 식탁 바닥에 핸드폰을 놓고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할 때 신랑은 전화를 받지 못한다. 마음이 조급해져 왔다. 정신이 멍해져 한참을 앉아 있다가 시계를 보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오늘 2시에 미팅이 잡혀있었지. 어쩌나..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몸살이 난 것 같다고 말하고 다시 시간을 잡기로 했다. 어찌해야 할까. 일단은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너무 불편했다. 차라리 손가락이 짧아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잠깐 스쳐갔다. 배가 고팠다. 이런 상황에도 배가 고프다니.. 다행히 어제 빵집에 다녀와서 끼니를 간단히 때웠다. 평소 침대에 잠깐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었는데 그냥 멍하니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 가야 할까? 그런데 쉽게 병원에 가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우선 신랑과 의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저녁까지 누워있어야 하는 걸까? 일단은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번 써봤다. 소설가 놀이를 한번 해본 것이다. 보여주기엔 조금 부끄럽지만 쓰는 동안에는 나름 재미있었다. 쓰다 보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났다.
나는 평소 소설가들을 존경한다. 만화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도 물론이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역사적 사실이나 신화 또는 실화를 기반으로 쓰이는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정말 신기하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일까? 태어날 때부터 다른 뇌를 가지고 나온 건 아닐까? 어떻게 그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저 존경스럽다. 그냥 -각자 잘하는 게 다를 뿐이다-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놀랍다.
그건 그렇고 저 단편소설 속에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