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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Dec 14. 2020

눈 밟고 뽀드득뽀드득!

42살 어른이의 겨울놀이


어제 눈이 예쁘게 왔는데 미열이 있어서 나가지 못했다. 오늘도 약간 열이 있었지만, 잠깐이라도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꽁꽁 싸매고 나갔다. 역시 눈은 둘째 날에 밟아줘야 제맛이다. 뽀드득뽀드득. 듣기만 해도 뭔가 개운하다. 경쾌한 소리와 발에 전해져 오는 느낌이 너무 좋아 멈출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밟지 않은 눈을 찾아가며 한참을 걸어 다녔다.



겨울나무와 눈


나무도 엄청 추워 보인다. 나무야 겨울을 보내느라 너도 참 고생이 많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요 겨울나무를 마음속으로 불러본다.



<겨울나무>

1.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2. 평생을 살아 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어제 누군가의 손, 오늘 나의 손


예쁘게 찍어놓은 손바닥을 보고 나도 찍어보고 싶어 졌다. 장갑을 벗고 있다는 걸 깜빡하고 찍었다가 손이 시려서 깜짝 놀랐다. 어릴 때 자주 부르던 동요가 생각이 난다.


<손이 꽁꽁꽁>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겨울바람때문에
어디서 이 바람은 시작됐는지
산너머인지 바다건넌지 너무너무 얄미워




이렇게 추운데도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논다. 나도 그랬다. 특히 눈이 오면 무조건 밖에 나가 놀았던 어린날들이 떠오른다. 눈을 밟고 있으니 더 많이 생각이 났다. 장갑이 없어도 좋았다.






고드름


어린 시절 시골에 살 때 지붕에 매달린 고드름을 따먹었던 나는야 79년생 어른이다. 그때라고 고드름이 얼마나 깨끗했을까 생각이 들긴 해도 그때 당시에는 정말 행복했다. 눈도 먹어본 사람 손!



<고드름>

1.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2. 각시님 각시님 안녕하세요
    낮에는 해님이 문안 오시고
    밤에도 달님이 문안 오시네
3. 고드름 고드름 녹지 말아요
    각시님 방안에 바람 들으면
    손 시려 발 시려 감기 드실라
4.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40분 내내 눈을 밟으며 놀았다. 눈 밟는 소리 너무 좋다!



눈을 생각하면 왜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걸까? 아마도 그건 눈을 온몸으로 즐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눈을 만지고, 뭉쳐서 던지고, 밟고, 온몸으로 구르고,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탄다. 그렇게도 추운 날에 친구들과 함께 눈을 온몸으로 즐기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다.


하얗고 고요하게 내리는 눈,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 현실은 그대로지만 잠깐이라도 눈의 세상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눈이 와서 참 좋다.







***눈 밟는 소리 들어보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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