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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못미 . Mar 17. 2017

김현식은 없고, 아이유만 있다

김현식 - 여름밤의 꿈, 아이유 - 여름밤의 꿈

김현식 - 여름밤의 꿈

김현식의 '여름밤의 꿈'은 윤상이 작사작곡 했다. 김현식의 라이브 무대를 직접 본적도 없지만 괜히 이 시절의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해온다. 오래 전부터 시대를 넘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왔다. 단순히 시계를 돌려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과거와 현재 어디쯤에도 발붙이지 못하고 헤메이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어렴풋하게 짐작해본다. 그는 왜 자기파괴를 멈추지 못했을까. 무엇이 그렇게 고통스럽고 괴로웠던 걸까. 유재하와 김현식의 기일은 해는 달랐지만 11월 1일로 같다. 서로 음악을 나눴던 두 사람의 천재가 같은 날 요절한 이야기는 한국 음악사의 영원한 아픔으로 남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유 - 여름밤의 꿈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에서 김창완과 함께 '너의 의미'를 불렀을 때, 아니 정확히는 아이유가 기타를 메고 나와 '금요일에 만나요'를 부를 때 부터, 그녀는 열광과 동시에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다. 아이돌이 어줍잖게 '음악가' 명찰을 탐낸다는 혐의였다. 사실 이런 이미지 전향은 오늘날 음악산업계에서 빈번히 시도되어 왔던 일이기 때문에 어색해보이지 않은 지적이었고, 처음엔 일견 그럴듯해보이기 까지 했다. 그러나 '아티스트' 좀 하겠다는걸로 혐의씩이나 씌워지는 건, 많은 아이돌들의 결과물이 대부분 눈속임에 불과했던 지난 날의 행보들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이러한 아티스트로의 이미지 탈피는 솔로로서 활동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하는 어느 아이돌에게나 필요한 일로 여겨져왔다. '싱어송라이터'라는 명함은 팀과 기획사의 조직된 명령을 수행하는 아이돌에게는 없는 자아와 진정성을 부여하는 마법의 부적이기 때문이다. 아이유는 그 부적의 구체적인 형태로 '기타', '작사작곡', '7080'을 차용했다. 당신은 '좋은 날'과 '김창완'의 조합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결국 그녀는 말도 안되는 일을 해냈고, 이후 서태지까지 끌어안으며 '7080'에 '90'까지 덧붙여 영역을 확장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해낸 아이유는 방송에 나와 옛 노래들과 그 주변부의 이야기들을 자신의 것으로 하나 둘 씩 흡수해나갔다. 고운 목소리로 그 노래들을 부를 때면 그녀의 음색과 기교에 감탄하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녀는 너무도 쉽고 영리하게 과거의 상징들을 자신의 것으로 차용하고 있다. 물론 그
 또한 그녀의 능력이다. 아이유는 대중이 보통 여자아이에게서 기대하는 발랄함을 지닌 동시에 인순이가 "애기야, 너 안에 뭐가 들었니?"라고 놀랄 정도로 깊은 우울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런 양면성 사이의 긴장이 그녀가 갖고 있는 매력의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르며, 이미지 변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자원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아이유가 기타를 들고 옛 노래들을 연주하고 부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그녀의 과거여행은 사실 먼지 쌓인 책장에서 얻은 영감을 자신의 것으로 표현하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새삼스러워 보인
다. 그러나 김현식의 '여름밤의 꿈'이 그녀의 보컬이 보여주는 매끈한 음정과 고운 음색으로, 그런 방식으로 재현되고 대중에게 인식되는 것, 그 재현의 방식에 맞설 수 없는 옛 이야기들의 무력함이 슬픈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나만의 편견이고, 과거가 현재와 호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슬픈 건 슬픈 것이다. 아이유의 '여름밤에 꿈'에는 그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김현식의 자리는 없고, 아이유만 있다. 나는 그게 그냥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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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좌우명을 정해놨던 것 같은데 그만 잊어버렸습니다.
#힙합 #음악 #대중문화 #독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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