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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못미 Jun 07. 2017

지~디 얘길 꺼낼거면 할말 없!어~

일률성으로부터 도망치는 차별성을 위해

시대는 변화한다. 시대적 변화의 움직임은 필연이다. 개인이 막을 수 없다. 그걸 막으려 하거나 엉덩이 붙이고 앉아 땡깡 부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면 족족 뚝배기 깨야 한다(여기서 '뚝배기=머리'입니다). 아, 엉덩이 붙이고 앉은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이 하나 있다. 자기만 쏙 빼놓고 세상 전체가 이동해버리는 상황이다. 그렇게 될 때까지 엉덩이 붙이고 버텨야하는 숙제가 주어지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시대는 변화한다.


버벌진트 - 역사의 간지

왜 변화할까? 현재를 구성하는 어떠한 구조가 붕괴될 수 밖에 없는 어떠한 치명적 오류를 발견했기 때문에. 예컨대 힙합으로 치자면, 버벌진트가 "학교, 종교, 육교"거리던 이들 앞에, "이렇게 말만 빨리하면 다 mic skill이고 진실, 현실, 사실, 이 꼴, 색골, 용주골 / 이딴게 super lyrical이라고 믿고 있던 이들의 저질 귀로" 같은 라인을 들고 왔을 때,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 라인을 뱉은 이는 절대적으로 차별화 되고, 모두가 그를 카피하며 역사는 불가역적으로 전진한다.

따라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끊임없이 틀을 깨고 자신의 것을 차별화 하려는 예술가적 자아의 열망에 화답할 것이리라 예측해볼 수 있다. 그러나 틀렸다. 꽤나 많은 사람들은 변화를 힘겨워 한다. 행복을 반복하고 싶은, '행복의 원 운동(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때문에. 그러나 인간의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는 데서 비극은 시작된다. 애써 만들어 놓은 감상의 틀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이질적인 것들에 대한 거부감을 이겨내기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Future - Mask Off

예컨대 예컨대 이런 것이다. 트랩 비트 위에 "웅왱ㅇㅇ애애우웅왜앵애앵"하는 랩이 있다고 해보자. 뭔가 박자도 딱딱 떨어지는거 같지도 않고. 여튼 이 랩에 '멈블 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처음 듣는 사람은 거지 같을 수 밖에 없다. 기존의 틀에서 보면 막 흥얼거리는 것 같고, 성의도 없고, 이건 랩도 뭣도 아닌걸. 음악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깎아내리는 것도 가능하겠다. 그러나 그 전에 왜 이들이 이딴 식으로 랩을 해야 했는가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게 된다면 '멈블 랩'은 기존의 것과 달라지기 위해 고안된 하나의 가능성이다.

아웃사이더가 '빠른 랩'으로 한때 파장을 일으켰지만 전체를 흔들지는 못했듯이 멈블 랩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스타일일 수 있다. 그러나 넓게 생각해보면 과거에 비해 '랩 디자인'이라는 개념과 그에 작용하는 규칙이 훨씬 유연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랩을 소위 '스킬풀'하게, 빡세게 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걸 이제 우리는 안다. 메킷레인의 루피가 최근 발매한 [ICE]가 그렇다. 그는 'Gear2'나 'King Loopy'의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아주 느슨한 랩 스타일로 전향했다. 오케이션이 코홀트와 교류하며 클라우드 랩으로 전환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Loopy - Gear2
Loopy - Problem

강세와 발음을 고의로 비틀고, 일률적인 박자의 디자인을 경계하며, 메시지 보다는 리듬과 바이브에 집중하는 최근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의 기준만으로 '잘한다', '못한다'를 나누면 매우 곤란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언제나 결정적으로 중요한 건 차별성이다. 왜 그들은 변화해야 했는가. 그 이유를 물을 수 있을 때, 그리고 취향과 가치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 때, 굳이 대세적 흐름을 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흐름으로부터 도태되지 않을 수 있다.

PSY - 팩트폭행 (Feat. G-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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