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살은 원래 몸이 좀 약하다. 최근엔 좀 괜찮아졌는데, 그래도 일반인 기준으론 몸이 약한 사람이다. 과거엔 한여름 길거리를 걷다가 쓰러지기도 하고, 장거리 외출이라도 하고 온 다음날은 거의 침대에서 생활해야 할 정도이며, 계속해서 지끈지끈 머리를 꾹꾹 누르는 두통이나 어지럼증은 매일 있는 거라 신경도 안 쓸 정도다.
안 그래도 약한 김보살이 한두 달 전부터 몸이 더 아파지기 시작했다. 잠을 자고 또 자고 잠깐 생활을 하다가도 어딘가에 누웠다 하면 자고 싶어 했고, 피곤해했다. 몸이 약하긴 했지만 하루의 3/5 정도의 시간을 잠으로 보냈던 아이가 아니라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니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이 무겁다고 했다.
그렇게 저혈당인가, 저혈압, 갑상샘 문제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알아보고 병원을 다니던 중, 김애동이 김보살을 보며 말했다.
신의 벌을 받고 있다고.
사실 김보살이 외가 쪽으로 신을 받는 신줄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신을 받아야 했는데 어릴 적, 완고하신 할아버지(김보살 어머니의 아버지)가 절대 안 된다고 하셔서 눌림굿으로 신을 받지 않았었다고 했다. 그런데, 신의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고 계시는 건지 또 한 번 그때의 신들이 찾아왔다. 현생을 오랫동안 살고 계시던 어머니에게 신들이 보여주는 세상은 무서웠고, <신의 제자>라는 길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당시 알고 있던 무당을 통해 또 한 번 눌림굿을 해 신을 안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눌림굿을 한 무당이 실력이 좋지 않았던 건지, 올려보냈어야 할 신이 그대로 땅에 묶여버리고 말았다.
김보살의 어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현생을 계속 살고 계셨던 것이었다. 몇 년 동안 그렇게 잊힌 신이 김보살의 어머니에게 벌을 내려 몸을 아프게 했지만, 어머니는 그저 나이가 드니 몸이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신이 아무리 때려도 알지 못하니 결국 딸인 김보살을 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어머니의 몸속에 있어야 했을 대신할머니, 선녀 그리고 동자는 김보살의 몸으로 들어와 앉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김애동은 김보살 몸속에 있는 대신할머니를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왜 못 올라가고 여기 있어?”
“금줄이 한 뼘 정도 위에 있어서 잡고 올라갈 수가 없어요. 무릎까지는 내려와야 선녀랑 우리 동자도 데리고 올라갈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 몸주(김보살 어머니)가 기도하면 돼?”
“예. 그런데 믿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서 할머니의 목소리는 슬프면서 분노에 차 있었다.
나는 몰랐지만 과거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왔었다고 했다. 김보살 어머니께서 많이 아프고,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겨 어머니께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신의 벌이라고 들으셨던 것이다. 그때도 김보살 어머니께 기도를 드리라고 해서 매일 절에 가서 기도를 드렸었는데,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해서 아픈 게 좀 풀리고 나니 기도를 안 드렸다고. 그래서 내려오던 금줄이 멈추고, 한 뼘을 두고 손만 뻗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기회를 주었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않아 신들이 더 화가 난 것이었다.
김애동의 신님이 대신할머니에게 이 아이는 안된다고. 화를 내야 할 사람에게 가서 내라고 쫒아보내려 했지만 대신할머니는 자신보다 높은 신(김애동의 신님)의 앞에서 그대로 망부석처럼 지키고 앉아 버티고 있었다.
어찌나 속에 서린 한이 많은지, 대신할머니는 말하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 보였다. 그 마음을 눈치챈 신님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보라고, 속에 가득 담아둔 그걸 내뱉어보라고 말했는데, 안타깝게도 김보살은 가장 심한 욕이 '야 이 바보야!!!'라고 알 정도로 욕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할머니가 엄청 무서운 것들을 보여주시는데, 그걸 내가 표현을 못하겠어...”
김보살이 울먹이면서 말했지만, 나와 김애동은 김보살에게 할 수 있을 거라고 계속해서 응원해 줬다. 그 말을 할 수 있어야 대신할머니의 마음도 좀 풀리고, 김보살도 가슴이 답답한 것이 풀릴 것이기에.
김보살은 자리에서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당시 내림굿을 했던 무당이 있는 방향이 여기라며, 그 방향을 보고 서서 말을 내뱉었는데...
"이런 XXX"
"사지가 잘려 죽을 것이다."
"너의 영혼은 그대로 갈갈이 찢겨져 영원히 고통을 받을 것이다."
같은 내용이었다. 열심히 노력을 한 것이지만 대신할머니에겐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김보살이 더 노력을 하려고 했지만, 입으로 뱉어내는 게 안된다며 힘들어했다.
다행히 대신할머니의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은 풀어졌는지, 김보살이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신님과 대신할머니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걔 엄마한테 기도 잘하라고 할 테니 이제 가.”
“... 48일 동안 기도해야 합니다.”
“잘하라고 할게.”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대신 할머니는 선녀와 동자를 데리고 김보살 어머니에게로 갔고, 김보살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면서 곧바로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께서는 깜짝 놀랐는지 바로 다음 날부터 기도를 시작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