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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Sep 05. 2021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스트레스, 커피는 위에 좋지 않다던데..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1. 역류성 식도염 : 흡연, 음주, 커피, 야식과 복부비만이 주된 원인

2. 표재성 위염: 스트레스, 커피, 자극성이 강한 음식은 위염에 좋지 않음.


최근 이상하게 뭐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했다. 밥을 먹자마자 더부룩, 빵을 먹으면 더 속이 안 좋았다. 요가나 운동을 조금씩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음식만 먹으면 목에 얹힌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결과지에는 위의 두 가지가 적혀있었다. 오히려 저 글을 읽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딱히 다른 큰 병은 없지 않은가? 다른 검사도 모조리 받아봤는데 건강한 편이라고 했다. 저 중에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흡연(안 한다), 음주, 커피, 야식이다. 음주와 커피는 모두 좋아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아 낼 수 있는 범위의 것들이다. 뚜렷이 보이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어떻게 안 받을 수 있을까?


최근 여러 가지로 삶의 변화가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자주 불안해하고 잠을 설쳤다. 예전부터 걱정스러운 일이나 마무리하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잠을 잘 못 잔다. 그래서 그 방편 중 하나로 운동을 택했다. 운동을 한 날은 그나마 ‘의무’라고 생각되는 것들에서 벗어나 좀 잘 자기는 하지만, 그래도 깰 때도 있다. 그런 때에는 일어나서 가만히 고민 리스트를 정리해보고는 한다. 아니면 어려운 책을 읽어서 억지로 잠을 청한다. 사실 잘 알고 있다. 내가 자주 겪는 ‘불안’은 사실 나의 성격상 기본값이다. 


늘 친구처럼 옆에 있는 불안의 원인은 세 가지, 아니 떠들어보면 한 가지이다. 지금 하고 있는 무언가를 다 끝마치지 못해서 불안할 때가 있다. 또는 아주 대단한 무언가를 보고 왜 저렇게 되지 못할까 불안할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되고 싶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며 불안해할 때가 있다. 크게 세 가지 갈래이지만, 결국 크게 보면 ‘잘하고 싶어서, 잘살고 싶어서’ 불안한 것 같다. 


좋아하는 드라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볼 때마다 느낀다. 드라마 속 수많은 인물들에게는 갑자기 큰 병이 찾아오기도 하고, 아니면 큰 병을 극복해 내기도 한다. 드라마 속 크나큰 병은 생활습관이나 자기 관리가 안돼서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어느 날 이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불안해 봤자 소용은 없다. 인간은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드라마 속 의사 선생님들은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모여 연습을 하고 밴드를 한다. 아마 그것도 스트레스를 이기는 그들의 하나의 탈출구일 것이다. 결국 불안을 이기려면 차분히 불안에 맞서 무엇인가를 해나가거나, 아니면 이를 잊을 수 있는 다른 활동을 해야 한다. 약간의 불안감은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지만, 잠 못 드는 불안은 나를 좀먹게 할 뿐이다. 불안은 그저 파도처럼 두둥실 떠다니며 그 리듬을 즐겨야 하는 친구 같은 존재인 것 같다. 나를 덮치게 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그래도,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차분히 가능한 범위에서 해나가는 메타인지가 중요하다는 걸 안다. (알기는 한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생각하고 표정을 고민하고는 했다. 그러나 나는 나를 위한 표정은 잘 고민하지 않는다. 불안을 없애는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처럼, 불안을 없애는 일들을 할 테다. 건강한 위를 위해 커피, 술 줄이고 아침밥을 먹자고 마음먹는다. 마음이 산란할 때마다 앉아서 조금씩 키보드를 두드릴 테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두려움의 거품은 사라지지는 않아도 조금씩 작아질 거다. 너울너울 거리는 그 물살들을 바라보며 서핑을 즐길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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