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의 견고한 인스타자아를 생각했다면 그러면 안됐었는데..
내용정리 :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을 소름돋게 다큐처럼 적은 소설
감상 : 기민하게 일의 짜증을 털어내고, 사소하게 행복해지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
추천대상 : 회사원 이야기가 읽고 싶으신분들
이미지 : 업무일지
내면화 질문 : 일이 내게 주는 기쁨과 슬픔이 있다면?
회장의 인스타그램에 올릴 소식을 뉴스로 먼저 내서 좌천되고
포인트를 당근해서 월급으로 바꾸고..
아이를 그랜드피아노처럼 생각해서 좁은 집에는 두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우리 한국사회에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다큐처럼 읽으며 그 디테일함에 감동을 느꼈다.
내 옆자리의 누군가를 응원하게 되는 공감가는 이야기
p.49
"웃기죠? 웃긴건 맞는데, 왜 나는 머리가 아플까... (중략) 너무 바빠서 생각이 좀 짧긴 했죠. 우리 회장의
견고한 인스타 자아를 생각했으면 한번 더 물어봤어야 하는 건데."
그 일로 회장은 거북이알의 승진을 취소시키고 그녀를 다른 팀으로 발령 내기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p. 50
우리 같은 일반 회사원들과 사고구조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논리나 행동에 의문을 갖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해야 돼요.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이상해져요."
p.96
"우리,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네"
"음.. 제가 말을 잘하는 게 아닐까요?"
p.126
다소낮음_ 제목은 밴드 이스턴 사이드 킥의 1집 앨범에 수록된 동명의 곡에서 따 왔으며, '엉성히 붙어 있는
부엌 아래' 라는 가사로부터 소설의 착상을 얻었다. 소설 속 밴드는 해당 밴드와 관련이 없다.
p.143
우리 부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여태까지 단 한번도 충분하다거나 여유롭다는 기분으로 살아본 적 없는 삶이었다. 삼십대 중반, 이제서야 비로소 누리게 된 것들은 남은 인생에서도 계속 안정적으로 누리며 살고 싶었다.
p.211
do not bend(photo inside)구부리지 마시오 (사진이 들어 있음)
말 그대로 노파심이라는 게 이런 걸까. 사진이 지구 반대편 먼길을 거쳐가는 동안 행여나 구겨질까, 노인은 많이 걱정했던것 같다 나는 시리얼 상자를 가위로 자르고, 그것을 풀로 사진의 뒷면에 단단히 붙이는 노인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얀 밤, 태양이 뭉근한 빛을 내는 창가에 앉아 가위와 풀과 사진 그리고 편지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더듬거리는 노인의 쭈글쭈글한 손을.
p.215
한국문학이 오랫동안 수호해왔던 내면의 진정성이나 비대한 자아가 없다. 깊은 우울과 서정이 있었던 자리에는 대신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기 인식, 신속하고 경쾌한 실천, 삶의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길줄 아는 마음이 있다. 감정에 침잠해 있기 보다는 가볍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이 개인들은 특별하게 빼어나지도 눈에 띄게 뒤쳐지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