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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Jul 13. 2020

커피의 산미, 그리고 쇄골

커피의 산미를 눈치챈 순간은, 쇄골의 아름다움을 인지한 순간 같았다.

커피의 ‘산미’를 눈치챈 순간은, ‘쇄골’의 아름다움을 인식한 것과 같은 순간이었다.


커피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커피의 '산미'에 대해서 배웠다. 선생님은 스페셜티로 평가받는 커피, 커핑을 통해 점수를 매겼을 때 80점이 넘는 커피는 '산미'가 뛰어난 커피가 많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산미는 신맛과 다른 것이라고 했다. 레몬이나 식초처럼 시고 떫은맛만 나는 것이 아니다. 자두나 와인처럼 상큼하면서도 과일의 향미가 느껴지는 맛이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는 이론을 배웠을 때 그 말이 뭔지 잘 몰랐다. 커피는 그저 더운 여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청량감을 주는 맛이거나, 뜨거운 커피가 구수하게 다가오는 맛으로만 느껴졌기 때문에 산미 있는 커피라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론으로만 듣다가 커핑을 해보았다. 에티오피아 커피, 케냐 커피 등 아프리카 커피와 함께 상대적으로 이보다 산미가 낮은 브라질 커피와 비교하여 분쇄한 원두의 향을 맡아보고, 맛을 느껴보았다. 그야말로 시큼하면서도 오묘한, 오미자 차를 처음 먹었을 때 같은 충격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떫지는 않은 맛이었다. 산미를 느끼면서 커피의 새로운 느낌을 알게 되었다. 커핑을 한 후에도, 산미가 있다는 커피를 내려서 먹어보고, 나중에는 라떼로도 먹어보니, 산미가 어떤 매력을 가져다주는지 알게 되었다. 

그건 쇄골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것 같은 것이었다. 


몸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예쁜 눈, 코, 가슴, 넓은 어깨만을 외형적으로 아름다움의 척도로 삼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아름다움의 척도가 대게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쇄골’이 예쁘다.‘척추’가 바르다 등의 표현을 알게 되며, 몸의 부속과 같은 그런 부분들에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인식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부위로 생각되었지만, 나에게는 그전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쇄골’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면서, 인간의 몸을 좀 더 심층적으로 자세하게 보는 것이, 커피의 ‘산미’를 맛보면서 좀 더 심층적으로 커피의 맛을 즐기게 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레벨이 하나 오른 것 같달까. 


커피의 숨겨져 있던 하나의 아름다운 부위를 발견하며, 커피의 영역이 더 넓어졌다. 산미가 매력적인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싱글 오리진을 맛보면 좋다. 물론 국가뿐 아니라 어떻게 가공했느냐, 어떻게 로스팅했느냐에 따라서도 커피의 산미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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