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나 있지, 오늘 되게 재밌는 일 있었는데 얘기해줄까?
B: 뭔데?
A: 오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왔는데, 영화 보기 전에 밥을 한 끼도 안 먹어서 배가 너무 고픈거야. 그래서 영화 시작하기 10분 전에 매점에를 갔단말야. 씨지비 핫도그 내가 좋아하잖아. 손님도 많이 없으니까 금방 나오겠거니 하고 주문했어.
근데 내 앞에 어떤 가족이 직원한테 막 따지기 시작하는거야. 쿠폰 썼는데 이거 왜 안주냐고 뭐 이런 식으로? 직원 둘이서 쩔쩔매면서 설명을 하는데 불쌍하기도 했지 그런데 내 핫도그는? 지금이면 빵은 이미 데워놓고 소세지를 렌지에 돌려야되는데 렌지 앞에 아무것도 안보이는 거야. 상영시간은 이미 지나고 광고도 실컷 틀어지고 있을텐데.. 개쫄렸지
B: 그래서? 늦었어?
A: 일단은 기다렸지. 그 가족들도 빠지고 그제서야 직원이 내 핫도그 빵을 주섬주섬 꺼내는거야, 렌지에 넣고 1분. 영화가 적시된 상영시간 10분 뒤에 상영되는 거 알지? 그때가 진짜 상영 1분 전이었어. 나 영화 중간에 들어가는 거 진짜 싫어하거든? 단 1분이라도? 근데 빵을 다 돌리고서 그 다음 행동이 없는거야. 콜라 따르도 있더라고 그래서 물어봤어, 내꺼 언제 나오냐고. 금방 나온대 그래서 기다렸어. 그냥 포기했어 주문 취소하기도 뭐해서 이미 늦었으니까
B: 그래서 얼마나 늦었어?
A: 한 5분 늦게 들어갔지. 늦게 나와서 죄송하다 하는데 나보다 어린 알바생이, 그냥 웃었어 아니에요 그러면서. 원래는 상영 전에 먹고 보려했는데 들어가서 먹어야겠네 했지 영화는 이미 시작됐고
근데 들어가니까 사람이 꽤 많은거야. 내 자리는 찾았는데 그 라인에 여자 한명, 커플 한 쌍 이렇게 앉아있고 그 안으로 쭉 들어가야 되는거야. 너무 민폐잖아. 그래서 그냥 내 자리말고 그냥 제일 가까운 데 앉아버렸어 그런데 그게 그 여자랑 커플 사이였어 생각없이
B: 언제부터 재밌어져?
A: 이제부터 진짜.
B:웅
A: 이제 핫도그를 먹으려고 뚜껑을 살짝 열었는데 냄새가 확 퍼지는거야. 소세지 냄새가. 못 먹겠더라고.
B: 왜?
A: 냄새가 너무 센데, 하필이면 그 영화가 식인영화였거든. 여자 주인공이 사람 손가락 뜯어먹는 장면에서 내 옆사람들이 “으윽”하고, 남자는 여자친구 눈 가려주는디 거기서 내가 소세지를 먹어버리면 어떻겠니. 비위 상할 거 아냐.
징그러운 장면들이 계속 나오는데 내가 그러면 뭔가 옆에 있는 여자가 나한테 “저기요,” 할 것 같았다니까.
나 너무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 아니니? 배려의 여왕이잖아. 배고파 죽겠는데, 핫도그는 식으면 눅눅하고 맛이 없는데, 냄새가 조금이라도 덜하지 않을까 영화 중간 중간에 뚜껑 살짝 열고 냄새 체크하고 다시 닫고, 그래서 안 먹었어 끝날때까지.
B: 지금 데우는 게 그 핫도그야?
A: 웅. 빵이 너무 퍽퍽해. 직원이 한대로 1분 30초.
B: 첫 끼네.
A: 오늘 안 좋은 일 있어?
B: 조금 피곤해. 미안, 내색해서.
A: 아냐 내가 미안 너무 내 말만 했지
B: 아냐아냐
A: 내가 배려가 부족했네..
B: 먼저 자도 되?
A: 응
그런데 아까 영화 보고 나오는데 되게 잘생기고 키 큰 남자 둘이 같이 나오더라. 둘이 뭔가 사귀는 거 같더라고.
B: 에이. 얼마나 잘생겼는데?
제목: 나 이래뵈도 굉장히 사려깊은 사람이야.
부제: 뻔뻔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