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정체된 느낌을 받고 있다.
다른 곳에서 오는 불안은 무던하게
보내는 법을 여차저차 배운 것 같은데
정체에서 오는 불안은 아직도 어렵다
지금까지 내가 해오고 있는 것들에
어느정도 수정이, 그것도
유의미한 변화를 낳을 수 있는 수정을
고안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는데
난 그걸 어떻게 하는지 여전히 잘은 모르기 때문이다
종강하고나서 일이주간 갈피를 사실
못잡고 있었다
학교라는 업무에 치일 때는
읽을 책, 영화, 연극들을 산더미처럼
상상해둔 것 같은데
얼마나 찾아봤나
나라는 사람은 역시 계획은 쥐약인지라,
또 해야할 것을 해내야한다는 강박 아래
미뤄두고, 해야할 것도 제대로 못해내면서
모두 엉망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렇게 몇주간
나는 정체되어 있다.
머리에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눈은 새로운 걸 보지 못했고
내 귀도 새로운 걸 듣지 못했다.
학교만 끝나면 나의 온전한 자율 아래서 모두 잘해낼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제대로 놀 줄도, 스스로 성장하는 법도 모르는 내가 학교를 떠날수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래도 마법처럼 달력이 넘어갔다. 주가 바뀌고, 달이 바뀌는 것은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는 선생님같기더 하다. 학기가 시작된다고, 시험이 끝났다고, 선생님은 학급의 분위기를 돋우고, 나름의 비전을 외친다. 학생들은 대개 그래 이번엔 이래봐야지, 달라져야지 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선생이 따로 없는 성인에게 자기자신은 선생을 하기엔 믿음직스럽지 못한 작자다. 달력이나 시간은 무던하다. 시계라든지 달력은 엄격한 지도자다. 게으름과 무력 속에 시간을 보내면 시계는 어느새 두시간이 훌쩍 지났음을 알린다.
7월이다. 정신없이, 6월이 흘러갔다. 바쁜 것이 끝나고는 10일 정도를 생각을 일부러 덜 하면서 보냈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부모님 따라 외출을 했다. 또 무력했다. 아예 어디론가 훨 떠나버렸으면 좋았을 걸 하며. 물론 돈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7월의 첫째 날이 결국 되었다. 문뜩 또 놀란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동시에 마음이 부푼다. 신학기에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듯 또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무언가에 확 빠져 공부를 미친듯이 해보겠다, 미친듯이 읽고 보겠다며.
소나기가 유독 많이 내리던 축축한 유월의 정체감, 무력감이 신기하게도 씻겨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