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없다 - 발췌
지금 관점에서 보면 젠더관념이라든지, 이런 면에서 문제적인 부분이 아주 많은 책이지만 그래도 네임드 철학자답게 나름 일리 있고, 현대를 꿰뚫는 통찰도 있다.
1)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p. 148. 인간의 육체는 압력이 없어지면 파열된다. 그와 똑같이 인간의 정신도 고뇌라는 압력이 없어지면 파괴된다. 배가 항해하려면 압력을 가하는 물체가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도 육체나 정신에 고뇌라는 압력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인간에게는 반드시 개인적, 사회적인 고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 고뇌를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여 즐기자는 것이다.
2) 인간이 영원히 산다면 지금의 생태조건으로는 삶이 불간능하다.
죽음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본래대로 되돌려지는 것이다. 우린 손해난 것이 없다. 빈손으로 태어났다가 빈손으로 가는데 무슨 손해가 났단 말인가. 우리 삶에 한 가지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들의 개개인의 삶이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인류의 계속적인 존속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만일 인간이 죽음 없이 영원히 산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의 생태나 지능으로는 영원한 삶이 불가능하다... 인간이 지금같은 생존의 조건조차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물며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다면 대부분의 인간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죽엄이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조건, 지금과는 아주 다른 성격과 구조를 갖추어야만 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들의 죽음은 도덕적 당위성과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죽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 아래 살아야만 그나마도 이 세상에서 살 수가 있다.
3) 죽는 날이 태어나는 날보다 낫다.
청년과 노인 중 어느쪽이 죽음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가. 사람을 일생이라는 사이클을 놓고 볼 때 청년은 지금부터 삶의 고난을 당해야 할 사람이며 노인은 이미 다 겪은 뒤이다.
4) 후회는 자신을 고문하는 짓이다.
5) 재능있는 사람이 할 일은 평범하게 보이는 일이다.
자기 재능을 세상 사람들에게 크게 과시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남의 재능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칭찬과 격려를 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시기와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특히 똑같은 일로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는 증오나 원한을 사게 된다.
6) 실수로 비밀이 드러났을 때
남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를 취해보라. 그러면 상대방은 더욱 신이 나서 더 큰 거짓말을 떠벌려서 결국은 스스로 가면을 벗어버리게 된다. 그와 반대로 실수로 비밀이 드러났을 경우에는 불신의 태도를 취해 보아라. 그러면 상대방은 마침내 모든 비밀을 털어놓고 말 것이다.
7) 비밀을 고백하면 비밀의 노예가 된다.
개인적인 비밀은 깊이 숨겨 두어야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도 객관적인 자기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좋다.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친구도 역시 남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친한 친구라고 해서 모든 비밀을 말해버리면 나중에 뜻하지 않은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옛부터 과묵함을 처세술의 근본으로 삼은 것은 그 때문이다. 아라비아의 격언을 보면 생활의 지혜가 담겨있다.
'적에게 알려서 안될 일은 친구에게도 알리지 말라. 비밀을 지키면 비밀의 주인이 되지만 비밀을 고백하면 비밀의 노예가 된다. 그리고 평화의 열매는 침묵의 나무에서 열리는 법이다.'
8) 상상력은 어디서 오는가.
직관적인 두뇌의 신속성에 비해서 감각기관이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뛰어난 상상력을 갖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직관이 적을수록 상상력은 활발해진다고 볼 수 있다.
새벽이나 밤, 혹은 어둠속에서는 상상력이 더 커지고, 감옥이나 병실 혹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고요하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상상력이 훨씬 강하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직관적인 외부의 자극을 많이 받는 환경, 예를 들어 여행 중이나 소란한 군중 속이나 혹은 밝은 대낮에는 상상력이 멈추고, 두뇌가 직관의 자극을 받아도 활동을 멈춘다. 그것은 상상력이 활동할 시기가 아닌 줄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