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아 보이지만 같지 않은 하루가 또다시 시작된다.
뜨거운 태양이 달아오르자 밤새 삭혀진 한기가 숨을 다한다. 한 구석, 태양빛이 닿지 않은 응달 바람에 작은 가을이 들어있다.
이제 막 백일이 지난 다영의 아들이 껄껄 웃는 동영상이 도착했다. 백일 된 아기가 어린아이처럼 점잖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듯 잘 웃는 아기는 정성 들여 품고 낳은 부모로부터 온 거다.
다영은 건강한 출산을 준비하며 하루 만보 걷기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실천했고 날마다 삼십 분씩 명상을 했으며 과하지 않은 음식으로 체중을 조절했다. 부부는 매일매일의 이야기를 저녁마다 전해 왔고 나의 대답은 그들의 궁금증을 덜어주었다. 한치의 의혹이 없는 다영에게서 아기를 만나는 과정 중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의연히 일어날 힘이 있을 거라 믿게 되었다. 예정일을 열흘이나 지난 후에 진통이 왔다. 밤을 새워가며 우리 모두는 애를 썼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아 보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기는 조금씩 세상을 향했고 촉촉한 몸으로 다영의 가슴에 안겼다. 그 후로도 수많은 질문과 대답은 계속되었다. 이제 백일, 젖을 먹는 아기는 순하고 건강하다. 일을 좋아했던 다영은 아기를 떼어놓을 수가 없어졌다. 이상하게도 그럴 수가 없다. 다영은 아기와 사랑에 빠져있다.
웃음 선물은 나를 일으켜 세워 살게 한다. 반복해서 돌려봐도 지루함은 없다. '함께한 탄생의 순간을 잊지 않으마~. 웃음이 늘 너의 곁에 있기를 기도한다~.' 넋 놓고 동영상을 돌려보다 문득 나를 떠올려 동영상을 보내준 다영에게 고맙다. 덕분에 하루 종일 벙글거리며 보낸다.
뜬금없는 문자가 온다. '저 넷째가 생겼어요! 또 아들 같다네요~이제 한 달 남았어요.' 카톡방 사진을 클릭해 보니 세 아들들과 들로 산으로 여행을 다닌 가족사진이 즐비하다. 3년 전, 셋째를 낳아 가슴에 안은 어미는 울음을 터뜨렸었다. 또다시 건강하게 와주어 감사하다며, 너무 이쁘다며, 꺼이꺼이 울었다. 우는 아내를 보며 남편도 눈물을 훔쳤다. 작은 형아의 손이 더 작은 아기의 손을 잡는다. 의젓해 보이는 큰형아만은 부모보다 더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듯 두 입을 꾹 다물고 꼬무락거리는 아기를 보고 있다. 큰 아이를 보는 내 마음이 짠하게 흔들렸다.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고 결혼도, 출산도 망설이는 세상이지만 이 집의 기운은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 부부의 눈빛과 손길로 아들들이 커간다. 둘만 달랑 낳아 키운 나보다 더 진한 삶을 사는 그들은 나의 진정한 스승이다. 세 아이의 출산을 함께해서 나도, 그들도, 출산에 대해 궁금한 것이 없다. 달이 차서 좋은 날에 태어날 것이 분명할 것임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형을 세 명이나 둔 녀석은 참 복도 많다. 케이크도 준비하고 함께 탯줄도 자르며 생일 축하노래를 합창할 거다. 잔칫날! 넷째 아들이 태어날, 그날이 기대된다.